김병후의 치유의 인간관계
인간관계 맺음의 의미사람들에게 인간관계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사람들의 행복과 고통을 결정하는 정서는 인간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을, 그렇지 않은 인간관계는 스트레스와 부정적 정서를 낳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행복은 인간관계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고통에서 해방되었을 때 그리고 중독성 물질을 먹었을 때처럼 쾌감 중추 영역이 활성화될 때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했을 때도 쾌감 중추 영역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순간적인 쾌감을 줄 뿐이다. 반면 인간관계의 결과로 주어지는 사랑·유대감·우정 그리고 놀이의 행복은 인간이 느끼는 긍정적인 정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버드대학이 6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적 능력도, 재산의 정도도, 사회에서의 성공 여부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가 절대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돈이 없어도, 성공하지 않아도, 머리가 우수하지 않아도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고 산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관념적인 관계가 아니다. 좋은 친구의 존재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관계의 행위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연결돼 있는 ‘상태’가 행복을 결정한다. 그 연결은 직접적인 접촉이 이뤄져야 행복의 상태가 된다.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거나 몸을 부딪치며 놀이를 하면 애착 호르몬의 분비가 극대화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보는 순간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가 촉진된다. 그 익숙한 필체, 친한 사람의 육성이 전해질 듯한 문체를 보는 순간 행복감이 나왔던 과거의 편지 읽기를 회상할 수 있다. 그러한 연결은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정이 넘쳐나는 e메일을 보는 순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이와 페이스북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를 측정한 실험이 있다. 옥시토신은 스킨십, 놀이와 같이 직접 접촉할 때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순간 증가했다. 다시 말해 SNS로 연결될 때도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간들이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 순간 애착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에 따라 행복감이 나오게 진화된 것은 인간 사회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서로 연결하고 그에 따라 현대의 문명화된 사회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행복감만 주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인 인간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마치 몸에 필요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처럼 결핍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음식이 몸의 영양을 결정한다면 인간관계는 마음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 휴일에 만날 사람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오랜 기간 사람들과의 실질적인 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울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관계의 질이 좋지 않으면 순간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공정하지 않거나 힘들게 하는 인간관계는 부정적인 정서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정적인 정서는 어째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좋지 않은 관계에서 탄생하는 부정적인 정서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인간관계를 긍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부정적인 마음의 아픔을 제거하기 위한 인간의 행동은 좋은 관계를 향하게 하는 지침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함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로 이뤄진 인간관계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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