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권리 인수’로 불이익 막아야

얼마 전 언론에 아주 안타까운 기사가 났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될 토지를 경매에서 낙찰 받았는데, 시세와 감정가의 차이가 너무 커 잔금 대출을 받지 못했고 결국 재경매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사건 기록을 살펴보니 ‘대금 미납’으로 처리돼 있어 낙찰자가 매각 허가 결정 기간이나 항고 기간이 지나서야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서는 낙찰을 받더라도 타당한 사유만 갖추고 있다면 최소 2주 안에는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비단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법원 경매에서 재매각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오는 사건들이 제법 있다. 입찰서를 잘못 작성해 예상 가격보다 10배의 금액에 입찰했다든지, 특별 매각 조건을 간과해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권리 분석을 잘못해 예상에 없던 인수 금액이 발생하는 등 사유도 다양하다. 가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감정가와 시세의 괴리로 인해 입찰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문제는 부동산은 그 금액이 크다 보니 입찰 보증금이 최저 매각 가격의 10%라고 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어지간한 아파트 하나를 구입한다고 해도 보증금의 단위가 수천만 원을 헤아리고 그 대상이 수십억 원대의 토지라면 보증금도 억대에 이르게 된다. 이러니 잘하다가도 한 번 삐끗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몰수된 입찰 보증금 돌려받기
재매각 사건들 예상외로 많아

퇴직 후 경매에 재미를 붙여 주위에서는 이제 경매 박사라고 불리는 A 씨. 그렇다고 A 씨가 딱히 어려운 물건을 잘 분석하거나 낙찰 받는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가 경매 박사로 불리는 이유는 보증금을 몰수당한 사람들을 몇 번 도와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로구 오류동 아파트 사례도 그중 하나다.

특별히 까다로울 것도 없는 물건이었다. 구로구 오류동에 자리 잡은 전용면적 74㎡의 아파트는 소유자 점유 물건이었고 추가 인수 부담도 없었다. ‘나 홀로’ 아파트라는 단점이 있었지만 곧 인근 항동에 대규모 수목원이 들어오고 주거 환경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알려져 시세 차익 상승 기대도 있었다.

문제는 물건을 확보할 욕심이 앞서다 보니 감정가보다 5000만 원이나 더 높게 쓴 것이었다. 뒤늦게 실거래가를 확인해 보니 감정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었다.

A 씨의 처방은 의외로 간단했다. 경매를 넣은 채권자를 찾아가 그 사람의 채권을 사라는 것이다. 그다음 채권자의 권리로 경매를 취하시키라는 것이 처방이었다. “채권자의 청구 금액이 1억 원이 넘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낙찰자에게 A 씨는 선순위 저당권자가 있기 때문에 경매를 청구한 채권자가 실제로 받을 금액은 청구 금액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유찰 횟수가 늘어나면 채권 배당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입찰 금액을 고가로 써 낙찰 받아도 수익이 나지 않거나 혹은 권리 분석상의 실수로 수익은커녕 빚만 지게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이때 경매 진행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매각 불허가 신청을 내더라도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혹은 권리를 인수할 수 있다면 경매를 취소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간혹 몰수된 입찰 보증금이 국고에 귀속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법원 실무 지침에서도 재매각 명령 후 매각 절차가 취소되거나 경매신청이 적법하게 취하된 때에는 이전 매수인이 입찰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면 방법은 있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lifa@gg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