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Muppet)를 찾아라.” 미국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사내 e메일을 샅샅이 뒤졌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공개 사표’를 제출한 그레그 스미스 상무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임원들이 고객을 ‘머저리’라고 말했다”는 그의 폭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골드만삭스가 직원들의 e메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고객을 ‘머저리’ 등 적절하지 못한 단어로 언급한 직원이 없는지 수색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임원들과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콘퍼런스콜에서 블랭크페인 CEO는 “스미스 상무의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랭크페인과 게리 콘 사장은 사건 직후 배포한 사내 메모를 통해서도 “스미스가 주장한 골드만삭스의 (변질된) 기업 문화는 골드만삭스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며 “스미스가 제기한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가 이처럼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은 스미스의 폭로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홍보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이번 사건을 ‘21억5000만 달러(2조4300억 원)짜리 대재앙’으로 보고 있다. 21억5000만 달러는 스미스의 기고문이 게재된 3월 14일 골드만삭스의 주가 하락으로 날아간 시가총액 규모다.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3.4% 하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지수에 편입된 81개 종목 가운데 골드만삭스의 낙폭이 세 번째로 컸다.

골드만삭스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스미스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NYT에 ‘골드만삭스를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주식 파생상품 사업을 총괄하던 그는 “골드만삭스의 기업 문화가 독성이 강하고 파괴적으로 바뀌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골드만삭스의 문화를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명의 임원들이 고객을 ‘머저리’라고 부르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Goldman Sachs CFO David A. Viniar is watched on a television in the Goldman Sach booth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Tuesday, April 27, 2010, in New York. Viniar is testifying before a Senate panel investigating Goldman's role in the financial crisis and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fraud suit against it. (AP Photo/Richard Drew)
Goldman Sachs CFO David A. Viniar is watched on a television in the Goldman Sach booth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Tuesday, April 27, 2010, in New York. Viniar is testifying before a Senate panel investigating Goldman's role in the financial crisis and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fraud suit against it. (AP Photo/Richard Drew)
창업자 일가도 현 경영진 비판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인턴으로 입사해 12년간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던 스미스는 “과거 골드만삭스의 핵심 성공 요인은 팀워크, 정직함, 고객을 위해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정신 등 위대한 기업 문화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 내겐 자부심도 조직에 대한 믿음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골드만삭스에 대한 역사책이 나온다면 블랭크페인 CEO와 콘 사장이 회사 조직 문화를 변질시킨 주인공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미스의 폭로 이후 골드만삭스 창업자 마커스 골드만의 증손자인 헨리 골드만 3세도 골드만삭스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골드만은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그레그 스미스가 NYT에 쓴 공개 사표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평가는 정확하다”며 “현 경영진은 내 증조부의 회사를 망쳐 놓았다”고 평가했다. 그의 가족이 직접 경영할 때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골드만삭스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기고문이 게재된 날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의 편향된 의견일 뿐”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고객의 성공을 우리의 성공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고 주장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