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방식은 17대 국회(2004년)부터 자리 잡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9대 국회에선 지역구 후보를 선택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눴고 10대엔 비례대표가 없어졌다. 11~14대엔 의석수에 따라, 15~16대엔 6~9대 방식으로 돌아왔다. 17대에 정당 투표로 따로 떼어 낸 것은 후보와 정당 간 지지 격차를 줄이려고 한 것이다. 정당 득표율 3% 이상의 정당만 한정해 득표율에 따라 이번엔 54명이 배지를 달게 된다.
이번 새누리·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40번대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당선 안정권은 20번, 가능권은 25번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선 ‘MB 바람’이 일어 통합민주당은 25.17%의 정당 득표율로 15석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37.48%의 정당 득표율로 22석을 가져갔다. 최근 다시 새누리당과 합당한 친박연대(13.18%·8석)까지 합하면 당시 한나라당은 최대 30석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 판세는 박빙일 것으로 보여 이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번 후보에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선정해 ‘원자력+전문가’의 이미지를 줬고 민주당은 고 전태일 씨의 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대표를 공천, 친노동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당 대표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지역구를 출마하지 않고 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비례로 가 대부분 상징성 때문에 1번을 받았다. 현재 공직선거법에는 정당 비례대표의 홀수 번호는 여성, 짝수는 남성으로 배정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을 때의 얘기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전국구(현 비례대표) 1번은 김영삼(민자당)·김대중(민주당) 전 대통령이었다. 15대(1996년) 총선 때도 여당(신한국당)은 이회창(자유선진당 전 대표) 당시 선대위의장이 1번을 받았다. 다만 DJ는 당시 신생당이었던 국민회의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말번으로 여기던 14번에 올라타는 전략을 처음으로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처럼 1번 자리에 신선한 인물은 준 건 17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서울시장을 맡고 있었고 박근혜 당 대표는 지역구를 갖고 있어 김애실 당시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영입한 것. 이런 방식이 자리 잡아 18대엔 한나라당은 1번에 빈민 아동 구호 단체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의 강명순 목사를, 민주당은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1번에 앞세웠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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