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계 기관투자가가 ‘주력 부대’

외국인 투자자들은 크게 지역별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영미계, 서유럽계, 중동 및 아시아, 조세 회피 지역이다. 이들은 기반이 되는 지역에 따라 일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영미권은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자금을 통칭한다. 이들 자금의 특징은 장기적 성향을 가지며 큰 흐름에 따라 추세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중 영국계 자금은 조금 더 독특하다. 영국계 자금은 영미계 자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투기적 성향이 강한 편으로 장기적인 투자 성향과 투기적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유럽계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자금이다. 서유럽계 자금은 영미계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장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금은 글로벌 경제지표와 펀더멘털의 변화에 영미계 자금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최근 유로 존 위기가 부각되면서 자금 흐름의 지속성이 둔화되는 즉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동 및 아시아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일본·중국 등의 자금을 통칭한다. 이들 자금의 특징은 2009년 이후 대외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싱가포르·UAE 등 신흥국의 국부 펀드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 증시에 영향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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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영미계 자금은 장기 투자 펀드가 주가 된다. 이들은 뮤추얼 펀드나 연·기금이 대부분이다. 서유럽계는 장기 투자 펀드가 주가 되지만 주로 뮤추얼 펀드로 이뤄져 있어 연·기금의 영향력이 강한 영미계 자금에 비해 변동성이 큰 편이다. 중동 및 아시아 펀드 역시 장기 투자 펀드다. 이들은 뮤추얼 펀드나 연·기금보다 국가 기관이 투자 주체가 되는 ‘국부 펀드’로 이뤄져 있다.

권열별로 외국인들의 보유 비중을 따져보면 전체 외국인 투자 중 영미권이 55.1%로 가장 큰 규모다. 2012년 1월 말 기준 전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은 380조8000억 원어치로, 영미권 외국인은 이 중 209조9000억 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서유럽계 자금은 39조5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외국인 중 10.4%를 차지하고 중동 및 아시아 지역은 55조9000억 원어치를 가지고 있어 외국인 중 14.7%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펀드와 같은 투자회사가 169조9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전체 비중의 48.3%를 기록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낸다. 은행은 41조 원어치를 보유해 11.7%, 연·기금은 36조2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10.3%, 보험은 8조2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2.3%, 증권은 7조7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2.2%, 개인은 1조8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0.5%를 차지한다. 기타 투자 기관은 86조7000억 원어치를 보유해 24.7%를 차지한다.

즉 투자 주체별 보유 현황을 놓고 보면 결국 펀드 등 투자회사가, 권역별로 보면 영미권 자금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르는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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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 펀드는 주로 ‘조세 회피 지역’소속

영미권, 서유럽권, 중동 및 아시아권과 함께 결코 빼놓지 말아야 할 외국인 투자자가 있다. 바로 룩셈부르크·케이맨제도 등 조세 회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금이다. 이른바 조세 회피 지역 자금은 절대 액수는 크지 않은 편이다. 전체 외국인 비중의 8.1%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조세 회피 지역의 자금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조세 회피 지역의 자금이 미국·유럽 등에서 유입된 헤지 펀드 자금이기 때문이다. 헤지 펀드는 절대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들의 투자 성향은 보다 투기적이고 단기적이다. 또 레버리지(빚)를 활용하는 투자를 통해 작은 자본으로도 큰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헤지 펀드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이용한다. 이들은 어느 방향이든 베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유로 존 재정 위기 등 글로벌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 헤지 펀드는 투기적 성향을 띠고 급격히 움직인다. 이는 곧 헤지 펀드가 글로벌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세 회피 지역의 자금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물론 헤지 펀드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2008년 금융 위기는 헤지 펀드에 치명타를 줬다. 2008년 기준 글로벌 헤지 펀드의 자산 규모는 1조56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5%나 쪼그라들었다. 이후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던 헤지 펀드는 2011년 유로 존 재정 위기가 부각되면서 전년 대비 2.7% 줄어든 1조9030억 달러 수준을 유지 중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헤지 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평균 레버리지 비율도 하락한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 위기 전 평균 167% 수준이었던 헤지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2011년 평균 135%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지 펀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헤지 펀드에 대한 수요는 더 탄탄해져 가고 있다. 이유는 기관들의 자금이 헤지 펀드로 속속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 펀드 컨설팅 그룹인 헤네시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 펀드에서 개인 비중은 2002년 42%에서 2011년 23%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은 2002년 31%에서 2011년 50.5%로 19.5% 포인트 급증했다. 즉 헤지 펀드 내에서 규모가 큰 기관 자금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은 헤지 펀드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