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올 뉴 CR-V


혼다의 베스트셀러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CR-V(씨알브이)의 4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 세대와 달리 4세대 CR-V는 정통 SUV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기존 CR-V가 날렵합을 추구했다면 신차는 다소 투박한 투박스 카(후드와 탑승 공간이 디자인적으로 구분되는 차)에 가깝다. 전면부 룩(look)은 기아차 스포티지R와 살짝 유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뒷모습은 전혀 다르다. 스포티지R가 루프를 뒤로 갈수록 낮게 해 뒤에서 볼 때 납작해 보이는 반면 뉴 CR-V는 트렁크의 부피감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Villa Nm, Bethel, New York, United States, Un Studio, 2007, Villa nm bethel new york.
Villa Nm, Bethel, New York, United States, Un Studio, 2007, Villa nm bethel new york.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우선한 디자인

그 이유는 소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CR-V에 자전거를 세워서 실을 수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 자체보다 실용성에 더 초점을 뒀다는 뜻이다. 신차 발표회에서도 혼다코리아는 실제로 자전거를 실어놓고 이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뒷좌석 폴딩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는데, 한 번의 조작으로 시트 아랫부분이 앞쪽으로 접히고 다시 등받이가 접혀지면 트렁크에서부터 수평의 적재 공간이 만들어진다.
[카&라이프] 정숙성·실용성 ‘굿’…상품성은 ‘글쎄’
파워트레인에서는 조용한 진화가 이뤄졌다. 어코드 2.4에 들어가는 2.4리터 I-VTEC 가솔린엔진은 기존 엔진과 배기량은 같지만 최고 출력은 20(170→190)ps, 최대 토크는 0.2(22.4→ 22.6)kg 늘었다. 다만 최고 출력의 범위가 기존 엔진은 5800rpm (분당 회전수)인데, 신형은 7000rpm에서 나온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대신 연비가 10%가량 좋아졌다. 이륜구동은 리터당 1.5(10.4→11.9)km를 더 갈 수 있고 사륜구동은 1.3(10.0→11.3)km를 더 갈 수 있다(공인 연비 기준).
[카&라이프] 정숙성·실용성 ‘굿’…상품성은 ‘글쎄’
가솔린엔진으로만 라인업이 구성된 것은 다소 아쉽다. 최근 수입 세단에서 디젤엔진 열풍이 부는 것을 감안하면 SUV에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가솔린엔진을 선택할 소비자가 늘어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대신 조용한 것은 장점이다. 저속에서는 아예 엔진 소음이 들리지 않고, 중고속에서도 크게 귀를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가속력도 나쁘지 않다.

뉴 CR-V의 가격은 이륜구동이 3270만 원, 사륜구동이 3470만 원, 3670만 원으로 세 가지다. 다만 가격 절감의 영향인지 내비게이션이 모든 라인업에 장착돼 있지 않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패들 시프트, 오토라이트 헤드램프, 레인센서는 최고급 사양에만 장착돼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