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올 뉴 CR-V
혼다의 베스트셀러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CR-V(씨알브이)의 4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 세대와 달리 4세대 CR-V는 정통 SUV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기존 CR-V가 날렵합을 추구했다면 신차는 다소 투박한 투박스 카(후드와 탑승 공간이 디자인적으로 구분되는 차)에 가깝다. 전면부 룩(look)은 기아차 스포티지R와 살짝 유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뒷모습은 전혀 다르다. 스포티지R가 루프를 뒤로 갈수록 낮게 해 뒤에서 볼 때 납작해 보이는 반면 뉴 CR-V는 트렁크의 부피감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우선한 디자인
그 이유는 소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CR-V에 자전거를 세워서 실을 수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 자체보다 실용성에 더 초점을 뒀다는 뜻이다. 신차 발표회에서도 혼다코리아는 실제로 자전거를 실어놓고 이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뒷좌석 폴딩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는데, 한 번의 조작으로 시트 아랫부분이 앞쪽으로 접히고 다시 등받이가 접혀지면 트렁크에서부터 수평의 적재 공간이 만들어진다. 파워트레인에서는 조용한 진화가 이뤄졌다. 어코드 2.4에 들어가는 2.4리터 I-VTEC 가솔린엔진은 기존 엔진과 배기량은 같지만 최고 출력은 20(170→190)ps, 최대 토크는 0.2(22.4→ 22.6)kg 늘었다. 다만 최고 출력의 범위가 기존 엔진은 5800rpm (분당 회전수)인데, 신형은 7000rpm에서 나온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대신 연비가 10%가량 좋아졌다. 이륜구동은 리터당 1.5(10.4→11.9)km를 더 갈 수 있고 사륜구동은 1.3(10.0→11.3)km를 더 갈 수 있다(공인 연비 기준). 가솔린엔진으로만 라인업이 구성된 것은 다소 아쉽다. 최근 수입 세단에서 디젤엔진 열풍이 부는 것을 감안하면 SUV에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가솔린엔진을 선택할 소비자가 늘어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대신 조용한 것은 장점이다. 저속에서는 아예 엔진 소음이 들리지 않고, 중고속에서도 크게 귀를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가속력도 나쁘지 않다.
뉴 CR-V의 가격은 이륜구동이 3270만 원, 사륜구동이 3470만 원, 3670만 원으로 세 가지다. 다만 가격 절감의 영향인지 내비게이션이 모든 라인업에 장착돼 있지 않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패들 시프트, 오토라이트 헤드램프, 레인센서는 최고급 사양에만 장착돼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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