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 미얀마가 개방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 3월 민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새 정부의 혁신 조치와 외국의 발 빠른 대응이 교차되고 있다. 작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문을 신호탄으로 대규모 정치범 석방, 영국과 프랑스 외무장관 방문, 일본 경제 사절단 방문, 소수민족 반군들과의 평화 협상 타결, 아웅산 수치의 4월 보궐선거 순회 유세, 미얀마 정부 대표단의 다보스 회의 참석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체감되는 변화도 급격하다. 작년만 해도 양곤 호텔 예약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는데, 올 들어 외국인 방문이 늘어나면서 호텔 방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1~2주 전에 예약하려고 하면 방이 아예 없거나 최고급 객실 몇 개만 남아 있다.

양곤 시내의 레지던스 아파트 임대료도 작년보다 1.5~2배 인상됐다. 현지 업체가 건설해 작년에 분양한 빌라는 이미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양곤 시내를 돌아다니던 형편없는 중고 차량들(그러나 이런 차량들도 고가다)이 조금씩 괜찮은 중고 차량으로 대체되고 있다. 내년 동남아시아(SEA) 게임 개최를 앞두고 노후 차량을 폐차하고 차량 수입을 확대한 결과로 보인다.
[미얀마] 외국인 투자 늘어나는 미얀마…인허가 및 법적 안전장치 확보해야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미얀마 최대 채권국인 일본은 미얀마를 제2의 태국으로 삼고 있다. 소지쓰·마루베니 등 종합상사들이 일본 기업들이 입주할 공단 개발, 중국 및 동남아 투자 사업의 이전 등을 서두르고 있다.

양곤을 제2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는 미얀마 정부의 양곤시 30년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에도 일본과 싱가포르가 참여하고 있다. 태국은 미얀마 다웨이 항만 지역 개발권을 가져갔다. 다웨이는 방콕에서 서쪽으로 370km 떨어진 인도양 변의 항구로 방콕~다웨이 육상 운송과 결합되면 기존의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는 운송로를 대체하는 물류의 혁신이 일어난다.

우리 기업들도 조심스레 미얀마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몇 개의 대기업들이 부지 물색 및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고, 이미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들도 제법 있다. 한국거래소도 미얀마 증권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모두 미얀마의 개방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얀마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미얀마의 산업구조 및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의 요구와 정책의 흐름을 활용하는 사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SEA 게임을 앞둔 호텔 수요, 이동통신 3000만 회선 확장 5개년 계획,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 산업단지 개발, 양곤시 개발, 수입대체산업 육성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미얀마가 각 사업별로 외국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지, 이권을 줄 의사가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미얀마는 자원 부국이고 상당한 민간 자본이 축적돼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다. 일본·태국·중국·인도·싱가포르·말레이시아·유럽연합(EU)·미국 등 외국 기업들이 막강한 경쟁자들이다.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지, 인허가 및 법적 안전장치 확보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 기업과 관련 전문가, 미얀마 현지 파트너 3자 간의 긴밀한 협력만이 해결책이다.

미얀마는 조만간 35년 동안 유지해 온 고정환율제를 폐기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이중환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에게 미얀마 민간 소유 토지의 임차를 허용하는 외국인투자법의 개정도 임박해 있다. 미얀마 투자 레이스의 출발 호루라기는 이미 울렸다.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