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첫사랑으로의 추억 여행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아련한 감각을 매만지는 영화다. 15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앞에서 “누구세요?”라고 시작된 질문은 이내 대학 신입생 시절의 풋풋한 기억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엄마와 단 둘이 살던 낡은 집, ‘짝퉁’ 티셔츠를 짝퉁인지 모르고 멋지게 입고 다녔던 기억, 그리고 전람회가 부른 ‘기억의 습작’ 등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관객들이라면 슬그머니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영화] 건축학개론 外
거기에 더해지는 정릉의 빈집과 제주도에 자리한 낡은 집은 제목과 맞물려 영화의 중요한 정서를 이룬다. 텅 빈 집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공허함, 설계 도면대로 쓱쓱 지어져 나가는 집에서 느껴지는 부푼 꿈은 그 자체로 우리의 삶과 닮았다. 와이드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제주 바닷가의 풍광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정경이다.

건축학과 신입생 승민(이제훈 분)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배수지 분)에게 반한다. 둘 다 정릉에 산다는 것을 알고 함께 만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고백하기 직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그로부터 15년 후,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분) 앞에 서연(한가인 분)이 불쑥 나타난다. 당황스러운 승민에게 서연은 제주도에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승민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다. 집이 완성돼 나가는 동안 두 사람 사이의 오랜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 사는 지금의 젊은이들이라면 ‘건축학개론’의 추억 여행이 무척 낯설 것이다. 한마디를 고백하기 위해 친구와 몇 시간 동안 상담하고 그녀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까 밤새워 고민하는 시간들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어눌하던 승민이 까칠한 건축가가 되어 있고 꿈 많던 서연이 이혼녀가 되기까지의 시간들, 그러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알만한 그 사연 많은 여백이 ‘건축학개론’을 성숙한 멜로드라마로 만든다.

언뜻 닮지 않은 것 같은 배우들이 15년 차이를 연기하며 빚어내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도 세련돼 있다. 실제 건축공학과 출신인 이용주 감독은 자신의 체험이 짙게 반영된 것처럼 느껴지는 멜로드라마를 통해 삶에 찌들대로 찌든 세대에게 따스한 대화를 건넨다. 당신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지 않느냐고, 그렇게 우리 모두 가끔씩 뒤돌아보며 살자고….




밀레니엄 제2부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감독 다니엘 알프레드슨
출연 누미 라파스, 미카엘 뉘크비스트
[영화] 건축학개론 外
사회 지도층에 만연한 성매매를 연구하는 한 젊은 언론인이 밀레니엄지 편집장 미카엘 블룸키스트와 접촉하고 미카엘은 스웨덴 고위층의 부조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젊은 언론인과 그의 여자 친구가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양자탄비
감독 장원
출연 장원, 저우룬파, 거여우, 류자링
[영화] 건축학개론 外
192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돈을 주고 마을의 현장 자리를 산 마방덕이 부인을 데리고 호위병들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중 장곰보를 우두머리로 하는 마적 떼의 습격을 받는다. 마방덕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이 마방덕의 비서인 탕비서라고 거짓말을 하고 장곰보는 가짜 현장으로 부임한다.



콘트라밴드
감독 발타라즈 코루마쿠르
출연 마크 월버그, 케이트 베킨세일
[영화] 건축학개론 外
프로 밀수팀 리더였던 크리스는 가족을 위해 손을 씻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범죄 세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의 하나뿐인 동생 앤디가 불법 마약 밀수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의 가족은 무자비한 범죄 집단에 위협 당한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