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집

충무집에서는 도다리쑥국·멍게비빔밥·멸치회로 봄의 미각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도다리쑥국은 거제·통영 등의 남쪽 바닷가 가정에서 끓여 먹는 제철 생선국 중 하나로 봄철 국이다. 산란을 끝내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3월부터 5월까지가 가장 맛이 있다고 해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하는 도다리로 끓인 쑥국이다. 쌀뜨물에 된장을 맑게 풀어 다진 마늘만 조금 넣고 도다리를 끓인 후 땅속에서 삐죽이 올라 와 해풍을 맞으며 자란 쑥을 넣는다.
[맛집] 봄의 미각을 흔들어 깨우다
구수한 된장과 봄을 품은 쑥향이 도다리 속살에 쏙쏙 배어들고 쑥향과 달큼한 도다리 맛이 된장 국물에 사르르 녹아들어 있다. 겨우내 달아났던 입맛을 되돌리는 봄을 알리는 맛이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통영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도다리쑥국에 잘 어울리는 밥으로는 멍게밥이 있다. 향도 맛도 으뜸인 봄철 멍게로 담은 젓갈로 비벼 먹는 비빔밥이다. 따뜻한 밥에 멍게젓갈·김가루·무순을 얹고 깨소금과 참기름을 뿌려낸다. 담아낸 모양은 수수하지만 멍게 특유의 맛과 향이 아주 특별하다.

밥 비비는 숟가락질이 바빠지면 참을 수 없는 침이 입 안 가득 고여 온다. 적당히 숙성된 멍게젓갈이 뜨끈한 밥알 속에 스며들어 멍게향이 솔솔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항균·항암물질이 풍부한 바다의 꽃인 멍게는 체력 보강과 식욕 증진, 노화 방지, 심장 강화, 숙취 해소, 당뇨에도 효과가 있으니 멍게밥 한 그릇에 맛과 영양이 소복이 담겨 있다. 충무집에서는 멸치회도 특별하게 버무려 낸다.

원래 멸치는 뭍에 올라오면 성질이 급해 금방 죽고, 또 잘 상하기 때문에 산지가 아니면 진정한 맛을 볼 수 없기로 유명한 어종이다. 머리와 꼬리를 떼어내고 뼈와 내장을 발라낸 남해안 청정 해역의 멸치에 양파·쑥갓·미나리·깻잎·배를 넣고 매콤·달콤·새콤한 양념 소스에 버무려 낸다. 양념 소스의 매콤하고 달콤하고 새콤한 맛은 어느 한쪽도 그 맛이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멸치의 비린 맛을 없앤 양념 소스가 맛의 비결이다. 멸치 살이 입 안에 착착 감겨 오고 고소하게 씹히는 그 맛은 멸치가 아니고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맛이다. 찬란한 봄날만큼이나 화려한 맛이다. 통영의 신선한 봄내음이 코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출렁거리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듯한 밥상, 바로 ‘충무집’이다.
[맛집] 봄의 미각을 흔들어 깨우다
영업시간:11:00~22:00, 토요일 11:00~ 20:00, 일요일·공휴일 휴무

메뉴:도다리쑥국 1만6000원, 도다리쑥국+멍게밥 2만 원, 멸치회 3만5000원

위치:서울시 중구 다동 140 하나카드빌딩 B1 문의:(02)776-4088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