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분석-아시아계

중동 및 아시아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투자 자금의 14.7%를 차지하고 있다. 영미계 자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중국·홍콩 등 중화권을 비롯해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자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 등의 중동 자본, 일본 자본을 통틀어 아시아계 투자자로 분류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싱가포르·사우디·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국내 상장 주식 평가액은 57조6654만 원어치로 전체 국가별 보유 비중의 14.5%를 차지했다. 미국(40.0%)과 영국(10.5%)의 비중이 절반을 넘고 조세 회피 지역 등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에서 아시아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계 투자자의 ‘바이(buy) 코리아’는 상장 채권 투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월 말 현재 국가별 상장 채권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채권 투자의 큰손인 중국과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보유 평가액은 35조6105억 원이다. 전체 외국인 채권 보유액 86조4299억 원의 41.1%를 아시아계 자금이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다.
[증시 ‘큰손’ 외국인 투자자] 주식·채권시장 ‘큰손’으로 급부상
국부 펀드 등 기관투자가 ‘주류’

전 세계 외화보유액 1위인 중국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같은 중화권인 홍콩과 묶는다고 하더라도 2.8%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영미계 선진국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를 빠르게 채우며 한국 증시의 새로운 ‘물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2월 말 국내 상장 주식 평가액이 6조664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말(3조5422억 원)에 비해 무려 88.1%나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2010년만 해도 6조5695억 원에 머물렀던 중국의 한국 상장 채권 평가액은 올 2월 말 현재 10조237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홍콩의 국내 채권 평가액도 2조9471억 원으로, 전체 차이나머니의 한국 채권 보유 비중은 15.2%에 이른다. 조세 회피 지역인 룩셈부르크(16.2%)를 제외하면 미국(20.0%)에 이어 두 번째 큰손인 셈이다.

아시아계 자금의 핵심인 중화권과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 지역 투자자들의 특징은 ‘국부 펀드’ 등 대규모 기관투자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국부 펀드에서 중동 등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중동은 원유 수출로 쌓은 막대한 오일 머니를 통해 국부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 증시 투자는 중국투자공사(CIC)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CIC는 삼성·트러스톤·골드만삭스 등의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한국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CIC가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펀드를 따로 조성한 것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한국 채권시장의 또 다른 큰손은 태국이다. 태국은 2008년부터 한국 국고채 투자에 집중해 왔다. 2009년에는 미국을 누르고 한국 채권 보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태국이 한국 채권을 사들인 건 양국 간 금리 차이에 따른 차익 거래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태국의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자금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