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당시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아프리카 가나에 자원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나 에너지부를 방문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도 담당자들이 나타나지 않자 지경부 관계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안심시킨 것은 가나 에너지관으로 있는 김재은 과장이었다.

그는 “가나 사람들은 대개 약속 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늦게 나타난다”며 “면담이 시작돼 가나 사람들이 ‘예스(Yes)’라고 대답해도 이를 긍정의 의미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팁까지 얹어서 말했다. 그는 또 가나인들은 “문제없어(No Problem)”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현지 한국인들은 이를 “안돼(No), 문제 있어(Problem)”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이날 가나 에너지부 사람들은 약속 시간보다 4시간 늦게 모습을 보였지만 김 과장의 원활한 가교 역할로 에너지 분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수 있었다.

지경부가 3월 7일 해외 각지에서 활동 중인 상무관·에너지관들을 대상으로 ‘나는 상무관이다’ 콘테스트를 실시해 활약이 두드러진 장수철 멕시코 상무관, 김영삼 중국 베이징 상무관, 김재은 가나 에너지관, 이수호 카타르 에너지관 등 5명을 포상했다.

이들 상무관·에너지관들의 에피소드는 파견돼 있는 나라들만큼이나 다양하다. 인도네시아 상무관으로 재직 중인 이경호 과장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중요 세미나나 장관급 회담이 개최될 때마다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통역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실력파를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 이 과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원전을 비롯해 각종 자원 협력에 관한 실무급 회담이 자주 열리고 있다”며 “장관급 행사는 일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줄 수 있는 통역관을 ‘대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담’을 비롯해 포스코파워의 600㎿급 석탄 화력발전소 수주(2011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2011년 12월) 등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멕시코 상무관인 장수철 과장은 지난해 한국전력의 멕시코 노르테 II(Norte II) 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프로젝트(2013년 완공)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전이 멕시코 정부로부터 16억 원에 달하는 지방세를 환급받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다. 장 과장이 한전 직원들과 함께 지난해 3개월간 멕시코 세무 당국을 쫓아다닌 끝에 얻은 성과다.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신임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

20111117 김병언 기자 misaeon@....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신임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 20111117 김병언 기자 misaeon@....
이 밖에 중국 베이징 상무관으로 있는 김영삼 국장은 중국 전역에서 각종 투자 설명회를 주재했다. 또 ‘일본 지진의 중국시장 영향 분석’, ‘중국 천연가스 수급 및 정책 관련 동향 분석’ 등 각종 심층 보고서를 만들었다.

카타르 에너지관 이수호 과장은 지난 2월 이뤄진 한국과 카타르 간 에너지·산업 MOU 체결을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카타르의 철도·신항만 프로젝트 등과 관련, 정부 관계자를 수시로 만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국내 기업들과 공유했다. 또 이 같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을 위한 카타르 진출 가이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한편 지경부는 이번에 상을 받은 상무관·에너지관을 포함해 총 25명을 대상으로 3월 6~9일 지식경제부 정책과 활동 사항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교육에서는 산업자원협력실·무역투자실·에너지자원실의 주요 국·과장들이 산업 자원 협력 전략과 무역 투자 정책 및 에너지 자원 개발 전략 등에 대한 정책을 설명하고 주요 상무관과 에너지관들은 주재관 활동 사항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 KOTRA·무역협회·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등 지경부 유관 기관의 전문가를 초빙해 기관별로 추진 중인 해외 마케팅과 해외 자원 개발 추진 현황 등에 대한 발표도 이뤄진다. 지경부는 비정기적으로 실시한 상무·에너지관 교육을 올해부터 매 2년마다 3월 개최를 원칙으로 정례화해 본부와의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