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농사지으러 내려오는 사람들의 대열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 현재 귀농은 어떤 의미일까. 귀농자가 농촌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농촌과 농업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정착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농촌에 정착하더라도 의미 있는 귀농으로 정착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우리의 농업 현실에서 본 귀농의 의미, 진정한 의미의 귀농에 대해 소개해 본다.

왜 귀농할까. 오늘날 귀농은 현대 문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는 여러 움직임 중 하나다. 도시문제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으로서 귀농은 생명 운동, 친환경 운동이며 새로운 자아에 눈뜨는 삶의 가치관 찾기라고 할 수 있다. 귀농은 농사를 중심으로 시골 마을 사람이 되는 일이다. 직업의 변화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다. 물질문명에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시들어 가는 아이들을 되살리기 위해 귀농하는 것이다.

결국 귀농도 개인의 깨달음,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를 깨닫는 것으로 귀착된다. 만약 귀농해서도 풍요·이익·편리만 추구한다면 지금까지 환경을 파괴해 온 경제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자연이 풍요로워지면 인간도 풍요로워진다. 나아가 나 자신을 살리는 것을 깨닫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경제 개념이나 신분 상승 욕구, 남을 이기려고 하는 개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귀농은 짧은 기간에 계획하고 실천할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1~2년은 생각을 가다듬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고 단계를 밟아 실천에 옮기는 자기 귀농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그런 후 자신감과 확신이 생길 때 귀농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억대연봉 부농 되는 법] 귀농 선배의 어드바이스… “삶의 가치관 송두리째 바꾸는 일”
경제성 따지면 실패 확률 높다

그러면 어떻게 귀농할까. 귀농은 누구에게나 막막하다. 생각은 많고 머릿속은 복잡한데 앞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차근차근 실현 가능한 것부터 생각하자.

무엇보다 귀농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농사로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하는 돈 되는 작물은 없다. 돈이 되는 품목은 자본 투자는 물론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이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초보 귀농자가 금방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다. 농사는 소득이 생기는 기간이 길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작물 선택도 농사짓기 쉽고 시세를 덜 타면서 기술과 자본 투자가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다가 자신에게 적합한 작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투자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집을 짓거나 땅을 구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당장 어려우면 토지 임대나 농촌의 빈집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귀농은 전원생활과 다르다.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겸손하고 성실해야 한다. 모든 귀농 준비를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경험자나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관공서나 기관, 조직을 적극 활용한다.

시골에 오면 한 해에 1000만 원의 수입을 얻는 것도 힘이 든다. 농사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도 하루아침에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절제하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양식’에 가깝게 가는 길이라고 전제하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어디로 귀농할까. 이제 결심이 굳어졌으면 어디로 귀농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가족이 원하는 지역, 내 형편에 맞는 지역은 어디인지 전국 지도를 놓고 구획을 나누어 그려보는 것이 좋다. 아직도 찾아보면 땅값이 그리 비싸지 않은 곳이 많다. 현지를 답사하면서 보이지 않던 세밀한 계획도 나름대로 세울 수 있다. 가급적이면 땅과 집은 구입하지 말고 현지에서 빌려 농사지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몇 년 지나다 보면 땅과 인연이 되는 곳이 눈이 확 뜨일 수 있으니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다.

귀농지 선택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지역, 인가에서 200m 이상 떨어져 있지 않은 3305㎡(1000평) 미만의 농가주택이 딸린 땅이고 소요 자금은 얼마 이내” 등으로 구체화해야 처음 목적과 계획에 맞지 않는 지역이나 땅을 선택하는 실수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안이 정해지면 몇 개 후보지를 정하고 그 후보지의 2개 지역 이상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가능한 여러 곳을 둘러 본 후 서너 곳을 선정해 따로 몇 차례 더 방문해 본다. 아침 일찍 해 뜨는 방향도 확인해 보고 마을 사람도 만나보는 것이 좋다.

지역에 따라 귀농자를 지원하는 곳도 많다. 군 이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니 들어오는 인원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시책을 내놓는 것이다. 군청 농림과나 농업기술센터 귀농 담당자와 통화해 보면 알 수 있다.



최대한 자기 몸을 낮춰라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농촌 생활에 먼저 적응한 후 새 집을 지을 생각은 몇 년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시골에는 아직 빈집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당장 그 집에 들어갈 살 형편이 안 되는 낡은 집도 많다. 많은 돈을 들여 수리했더니 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빈집을 얻어 들어갈 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도회지 아파트 생활이 아닌 바에야 조금 불편해도 조금만 수리하면 살 수 있는 곳이 많다.

귀농 후 제일 먼저 할 일은 마을 사람들과 잘 사귀는 일이다. 마을 어른인 이장·부녀회장·청년회장·새마을지도자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 형편이 닿으면 음료수와 술, 돼지 한 마리라도 잡아 동네 분들께 가족 인사를 가장 먼저 한다. 어디든 텃세는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 농촌은 사람들이 모자라 젊은 사람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므로 시골 살이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시골에선 30분도 안 돼 소문이 온 마을로 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잘났어도 잘난 척하면 안 된다. 최대한 몸을 낮춰야 한다. 도회지에서 있었던 사회적 지위나 부의 규모는 깡그리 잊는 것이 좋다. 농사짓는데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농사라는 직업의 상사는 오랜 관록의 이웃 농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디를 가든지 동네 분들을 보면 내가 먼저 인사한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만나도 내가 먼저 인사한다. 심지어 이웃집 개를 만나도 인사하는 것이 좋다. 인사만 바르게 해도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만약 차를 타고 어디를 가다가 동네 분들을 만나면 차를 세우고 인사를 먼저 하고 가는 방향이 같으면 태워준다. 시골은 노인들이 많아 각 가정에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전기 수리부터 보일러까지 손볼 수 있는 곳은 찾아 손봐주는 것도 방법이다.

농사를 전혀 해보지 않은 초보자에게 밭작물 중심의 채소 원예 농업은 가장 어려운 선택이면서도 가장 많이 선택하고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직접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이 선다면 2차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 같은 각종 효소 식품이다. 그러나 소규모 농가에서 가공하는 것은 제약이 많다. 식품위생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아는 사람과 연고 판매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농촌에는 농사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서도 도시에서 배운 특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도시에서 몸담았던 직장이나 직업을 농촌으로 옮겨오면 제일 좋다. 요사이는 마을마다 작목반 단위로 조직들이 많이 구성돼 있어 작목반 사무일을 보는 젊은 사람도 필요하다. 단체 서류 정리나 관공서 관련 일, 유통 관련 일을 맡아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 농부들의 모임이므로 농사지을 땅을 알선 받거나 농사 기술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농사일을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접근 못하는 단단한 벽은 아니다. 다만 시골의 속도는 도회지 승용차가 아니라 경운기 속도로 간다는 것을 명심하자. 시간은 바삐 가는 법, 결심했다면 오늘 당장 실천하자. 남은 삶, 사람 사는 것처럼 사는 동네, 햇빛 많이 쏟아지는 곳, 그곳으로 가는 길에 무슨 두려움이 있으랴.



이우성 (귀농 11년 차 농부. 유기농 농사로 도시 소비자 회원과 직거래. 저서 ‘돌아오니 참좋다’, ‘정말 소중한 것은 한뼘 곁에 있다’, ‘참농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