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텔레마케팅(TM)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라이나생명이 대구시와 800석 규모의 TM센터 증설을 위해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동양생명과 신한생명이 각각 진주시와 광주광역시에 TM센터를 설치했다.

TM의 영업 규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누적(2011년 4~12월) TM 채널의 초회 보험료는 약 1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하는 등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는 텔레마케팅 관련 학과가 연이어 설립되는 등 TM 영업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경상대·부산여대·광주여대·전주기전대 등 전국 10여 개 대학에 콜센터 전문학과가 개설돼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모집 방법별로 대면, TM(홈쇼핑 포함), 사이버마케팅(CM) 등으로 구분한다. 대면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설계사들이 고객을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형태다. 사이버 마케팅은 인터넷을 이용한다. 흔히 TM과 CM을 온라인 방식이라고 부른다.

물론 국내 보험 시장은 대면 모집이 지배적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1년 4~12월까지 모집 방법별로 초회 보험료를 살펴보면 대면 모집이 약 5조4592억 원으로 TM(약 1330억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강력한 설계사 조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TM과 CM 등에 다소 소홀하다. 따라서 설계사 조직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 중심으로 TM 채널이 급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생보사 텔레마케팅이 뜬다! 판매 채널 다각화…공간 제약 없어
선두주자는 라이나 생명
TM 영업이 뜨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영업 채널 다각화 차원이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대형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면 채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매 채널의 확보 차원에서 TM 영업에 힘을 쏟았다.
설계사들이 소비자를 방문하는 대면 채널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간상의 제약이 없는 데다 보험료를 낮춰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들에 유리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TM센터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도 TM 영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으로서는 임대료가 적게 드는 데다 인력 수급이 용이해지고 지자체로서는 신규 일자리 창출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의 장점이 있다.
라이나생명·신한생명·동양생명의 성공 사례는 TM 영업에 대한 보험업계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온라인 전업사인 라이나생명은 2004년 이후 꾸준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의 당기순이익은 970억 원, 2011 회계연도 3분기까지 748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 누적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나생명은 2011 회계연도 3분기까지 생명보험 업계에서 매출액 순위는 12위에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6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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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은 1987년 한국 진출 초기에는 대면 채널로 시작했지만 국내 보험사들에 밀리면서 1996년 TM 영업으로 돌아섰다. 특히 기존에 없는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무진단·무심사 보험과 치아보험이 대표적이다. 무진단·무심사 보험인 ‘OK 실버 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정기보험으로 연령이 높거나 병자 등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수요층을 위해 2006년 개발했다.

2011년 9월 출시한 고혈압 환자 전용 보험인 ‘고혈압 OK 보험’도 틈새 공략 차원이다. 단순히 고혈압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보험 소외 계층을 위한 상품이다. 라이나생명은 전국 8개 TM 영업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TM 인력은 4700여 명으로 생보 업계에서 가장 많다.

1997년부터 TM 영업을 시작한 신한생명은 2011년 3분기 누적 초회 보험료 301억5400만 원으로 생명보험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한 전통의 강자다. 매년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생명은 TM 채널뿐만 아니라 대리점(AM) 채널, 방카슈랑스 채널 등 영업 채널이 다양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는 보험사다. 전국 13개 센터에 3814명이 활동하고 있는 신한생명은 어린이보험 등 특화 상품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동양생명은 2011년 3분기 누적 초회 보험료 189억7100만 원으로 신한생명·라이나생명에 이어 초회 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3위에 올라 있다. 주로 저축성 상품을 팔고 있다. 동양생명은 2125명의 텔레마케터와 전국에 29개의 센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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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텔레마케터 꾸준히 증가

TM 영업이 활발해지면서 텔레마케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 텔레마케터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콜센터에 걸려오는 전화에 수동적으로 응대하는 데 그쳤다면 요즘엔 다양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전화를 걸어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영업이 강조되면서 전문적이고 유능한 텔레마케터를 찾는 보험사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텔레마케터가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봉 1억 원이 넘는 텔레마케터가 100명이 넘는다. 동양생명에서 2년 연속 텔레마케터 부문 대상을 차지한 김형준(32)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상담 센터 건물에 남자 화장실이 없을 정도로 남성 텔레마케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텔레마케팅 본부 인사 담당자는 “최근에는 취업난으로 신입 텔레마케터 지원자 10명 중 6명이 남자인 데다 절반 이상이 대졸 학력 지원자”라며 “보험회사는 물론 다른 직종의 오프라인 영업맨들이 끊임없이 입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M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설계사 등 대면 채널에 비해 고객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무리한 영업으로 불완전 판매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험사의 자구 노력에 따라 불완전 판매율을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 TM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가 생보사들의 2010 회계연도(201년 4월~2011년 3월) 불완전 판매 비율을 집계한 결과 라이나생명 텔레마케팅의 불완전 판매 비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0.31%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업계 평균(3.09%)보다 10배가량 낮은 수치다.

라이나생명은 통화 품질 모니터링과 완전 판매 모니터링을 시행, 불완전 판매율을 대폭 낮췄다. 통화 품질 모니터링은 통화 내용 품질을 조사하는 것이고 완전 판매 모니터링은 고객들이 상품의 주요 사항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고연령대 고객들이 보험 가입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버보험 가입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피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라이나생명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고객보호위원회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NH농협생명 출범과 보험사 간 인수·합병(M&A) 등에 따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TM 영업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판매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고 불완전 판매율을 최대한 낮추는 보험사가 TM 영업의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