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식 ‘핵심’…농협대 출신 부상


오는 3월 2일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경영진을 두고 그동안 금융계 안팎에서 관심이 고조돼 왔다.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을 분할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사를 설립함으로써 탄생하는 농협금융그룹의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주사 회장과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장은 NH농협금융에서 톱 구도를 형성할 요직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었다. 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설 법인인 농협생보사와 농협손보사 최고경영자(CEO)로 누가 등장할 것인지도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 2월 24일 마침내 뚜껑이 열렸다.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 자리를 놓고 신충식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지난 2월 17일 1차 특별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대표 선임이 연기됐고 23~24일에 걸쳐 열린 2차 회의까지 안갯속에서 난항을 겪었다. 외부 인사에 대한 노조의 반대로 결국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신충식 전무이사가 선임됐다.

농협 측은 “금융지주 출범 초기 안정적인 사업 정착을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금융지주의 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마찰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그 위상과 권한 측면에서 우리·하나·KB국민·신한 등 4대 금융지주 회장과 견줄만하다. 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40조 원이다. 우리금융(394조8000억 원)과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366조5000억 원), KB금융(361조6000억 원), 신한금융(332조2000억 원)에 이어 5위다. 금융계의 5대 천왕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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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훈기자 nicerpeter@..........
20110304 신경훈기자 nicerpeter@..........
외부 인사 제치고 내부서 지주회장 발탁

금융권에서는 최종 결정까지 정부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간의 인사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농협 출자 지분을 내세워 인사권 행사에 나서면서 최원병 회장 측과 마찰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애초에 농협금융지주 대표와 농협은행장을 겸임하려는 계획이 바뀐 것과 외부 인사가 금융지주 대표직에 오른 것에 대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 회장이 지난 2월 20일 농협 정기이사회와 21일 대의원대회에 모두 불참하고 축농증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배경이 일종의 시위성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신임 농협금융지주 회장 및 농협은행장에 내정된 신충식 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서울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금융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2010년부터 충남지역본부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5월 부회장급인 전무이사에 임명됐다. 지난 2월 9일 다른 임원들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지만 금융지주 회장으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신 회장은 기획관리와 신용부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당초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외부 인사도 거론됐지만, 농협 임 직원들과 조합원들의 반발이 큰 것이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또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부분에서 충청도 출신인 신 회장의 강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새롭게 설립되는 NH농협생명 대표엔 2011년 말 연임된 나동민 NH보험 대표가 맡았다. 한국외국어대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나 대표는 2009년 보험연구원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을 거쳐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NH농협손해보험 대표에 김학현 농협인천지역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대표는 1973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의정부·양주시지부장 겸 부본부장, 생명보험부장, 상호금융자금운용본부장 겸 상무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2월 21일 선임된 전무, 농업경제 대표, 축산경제 대표, 상호금융 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5명의 임원들은 모두 전·현직 농협 간부들로 채워졌다.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는 1971년에 입사해 중앙회 상무와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 등 농협중앙회의 금융과 경제를 두루 거쳤다.

김수공 농업경제 대표는 경제 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농업경제통으로 꼽힌다.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는 축산경제 대표를 역임해 축산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최종현 상호금융 대표는 현 중앙회 상무로서 농업자금 분야의 전문가다. 이부근 조합감사위원장은 지역농협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구조 개편 위한 자금 조달부터 나서야

NH농협금융은 지주사 산하에 은행과 함께 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농협캐피탈·NH선물·NHCA자산운용 등 모두 7개 자회사를 거느린 체제로 출범한다. NH농협금융은 ‘토종 은행’, ‘민족자본 은행’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 원, 당기순이익 3조7000억 원을 달성, 아시아 대표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202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1.5%까지 끌어올려 우량 금융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장밋빛 계획 뒤에는 출범 초기 많은 혼선과 어려움을 현명하게 풀어내야 할 과제가 신임 경영진을 기다리고 있다. NH농협금융의 수장 인선 작업은 난항 끝에 마쳤지만 아직 자본금 조달, 인력 배치나 인프라 등 여러 암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이 27조4200억 원 중 보유 자본은 15조1600억 원에 불과해 12조2600억 원의 부족 자본을 채워 넣어야 한다. NH농협금융의 새 경영진은 우선 자체 자본금 조달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부족 자본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에 따라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지주 대표직 선임을 놓고 정부가 입김을 불어넣으려던 배경도 이후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새로 뽑힌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와 간섭 수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사업 구조 개편 앞둔 ‘농협’ 이끌 사람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