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보험 플랜

“여자 1호는 건강이 걱정이다. 여자 2호는 가족이 먼저다. 여자 3호는 멋진 노후를 꿈꾼다. 그들은 플랜을 갖고 자신만의 행복을 얻었다.” 인기 짝짓기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시중의 한 생명보험사 TV 광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광고의 목적이 상품 판매라는 측면에서는 그럴싸한 광고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이런 두루뭉술한 광고들은 보험의 본질을 알기 어렵게 만든다. 사실 보험에 대한 모호한 표현은 보험회사의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보험에 대해 모를수록 현란한 말솜씨로 유혹하기가 더 편해지고, 이것이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다.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위 광고를 쉽게 풀이하면 “여자 1호는 민영 의료보험에 들었다. 여자 2호는 생명보험(정기보험 또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여자 3호는 연금보험에 들었다. 그들은 계약서에 사인하고 매달 보험료를 내고 있다”로 표현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적인 기능은 ‘보장’이다. 투자나 저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보험은 보험료에서 ‘보장’을 위한 사업비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의 투자나 저축 기능은 떨어지는 편이다. 변액보험을 투자 상품으로, 저축보험을 저축 상품으로 오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보험은 리스크(잠재된 위험)로부터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사망·재해·질병을 보험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 대신 그런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평생 모은 재산을 한꺼번에 날리지 않도록 지키기 위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삶에는 어떤 리스크가 있을까.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말한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 이것이 삶의 리스크다. 즉 목돈이 한꺼번에 필요해지는 것이 리스크다. 이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임신·출산·육아 중의 위험 대비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최근의 보험들은 임신 단계부터 필요한 상품들이 나와 있다. 임신·출산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금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A생보사의 ‘엄마맘 아이사랑보험1.0(무배당)’을 보면 태아의 암을 비롯한 중대 질병(말기 신부전증, 저형성빈혈,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5대 장기 이식수술, 양성 뇌종양,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개두 수술·중화상 등)부터 육아 기간 동안 재해가 발생할 때 장해 재활 교육비, 장해 급여금을 보장하고 강력 범죄 피해 위로금, 사망 보험금 등 출산·육아에 드는 리스크를 보장하고 있다. B손보사의 ‘무배당 자녀보험 엄마맘에 쏙드는’은 0세부터 100세까지의 상해·질병 등을 보장한다. 보장 내용은 좀 더 다양해 자전거 탑승 중 상해, 스포츠 활동 중 상해, 깁스 치료비, 화상 진단비, 충수염·소아탈장·각막이식·부정교합·시력교정비 보장 등 세부적으로 되어 있다.

자녀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 학자금은 각 보험사에서 나온 학자금 보험 또는 저축보험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학자금은 보험이 아닌 투자나 저축으로도 가능하다. 18년 동안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다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10년 이상 가입하고 있으면 절세 효과가 큰 저축성 보험이 유리할 수 있으므로 장단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때 투자와 보장을 절충한 변액보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유가족의 생계 리스크 대비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30대에서 40대 초반에는 질병의 리스크보다 재해 리스크가 크다. 출장·여행·레저 등 왕성하게 돌아다니며 활동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을 비롯한 성인병 보장보다 사고로 인한 치료나 장애를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

자녀가 한창 크기 시작하고 교육비와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인 40대 이후에는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의 사망에 따르는 리스크는 경제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이 있다. 가장이 급작스레 사망할 때 남은 배우자가 육아와 생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육아 때문에 생업에 매진하지 못하게 되면 자녀의 진로를 뒷받침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다. 또한 남은 배우자가 생업에 매진함으로써 자녀가 방치돼 정서적으로 관리하기 힘들어져 학업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이때 사망과 동시에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 또는 정기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혼이고 사망 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다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므로 낭비일 수 있다. 다만 생활 능력이 없는 노부모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보험 영업인에 따라 종신보험에 일찍 드는 것이 좋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자녀가 다 컸을 때 사망 보장이 필요 없어지므로 연금 전환 목적으로 일찍 들라고 하는 경우다. 그러나 노후 자금을 일찍 대비하는 목적이라면 사업비가 많이 드는 종신보험보다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 추후 결혼하면 연금보험은 유지하되 적립금이 쌓이지 않는 순수 보장형 정기보험에 드는 방법도 있다.



정액형과 실손형 구분해야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40대부터는 건강 및 질병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다. 다만 한국에는 건강보험이라는 공적부조가 있기 때문에 병에 걸렸을 때 큰 비용이 드는 질병 위주로 보험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민영의료보험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일시금으로 보험금이 나오는 정액형이 있고 치료받은 액수만큼 보장해 주는 실손형이 있다.

실손형은 중복 가입 여부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n개의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했을 때 실제 든 치료비의 n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험마다 n분의 1씩 부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실손형 보험에 들더라도 치료 시 나오는 보험금 총액은 같은 것이다. 중복 가입돼 있는 것이 없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험 상품이 중복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격이 다른 보험 특약으로 같은 보장은 없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실손형 의료보험은 과거 치료비의 100%를 보장했지만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는 90%까지 보장하는 상품만 나와 있다. 단, 과거에 100% 보장 상품에 가입했다면 그대로 보장되므로 해약하면 손해다.

정액형 의료보험이라면 보장 내역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암 진단 시 각각 1000만 원, 3000만 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암 진단 후 4000만 원 모두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리스크에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능력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정작 필요할 때 해약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국민연금’ 먼저, ‘연금 상품’ 추가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노년이 되면 두 가지 리스크가 생기는데, 질병에 따른 치료비와 경제적 능력이 없어져 생활비가 필요하다. 질병은 민영 의료보험으로 대비하는 방법이 있고 생활비는 연금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다. 연금보험 역시 공적부조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있으므로 이 둘을 고려해 부족한 부분을 설계하면 된다. 만약 보험 영업인이 국민연금 가입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연금보험에 들라고 하면 고객보다 자신의 영업 실적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급 개시 이후부터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 액수가 늘어나고 죽을 때까지 보장된다. 또 부의 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층은 자기가 낸 것보다 조금 많이 받고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국민연금을 더욱 열심히 납부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납부한 기간이 길수록 노년에 연금 액수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주부라도 임의가입(소득에 비례하지 않고 일정 액수를 냄)을 통해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은 공적부조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납부해야 연금이 나오며 중간에 납부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이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소득 대체율이 40% 이하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금이 필요하다. 연금 상품은 연금펀드·연금신탁·연금보험의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모두 10년 이상 유지 시 소득공제가 되고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불로 받을 때보다 소득세가 줄어든다. 연금보험은 일정 기간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과 종신으로 지급되는 종신연금이 있는데, 현재의 20대가 노인이 되는 40년 후에는 평균 수명이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종신연금보험에 드는 것이 유리하다.



세테크 목적으로 보험 활용하기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한꺼번에 목돈 드는‘리스크’ 점검하라
리스크 대비가 아닌 절세의 목적으로 보험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주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종신보험이 쓰인다. 계약자와 수익자를 자녀로 하고 피보험자가 아버지라면 국세청에 통보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아버지 사망 시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을 아들이 가입해 보험료를 내는 경우’다. 보험금 계약이 20억~30억 원이더라도 월 150만~200만 원의 보험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주로 쓰이는 방법이다.

저축보험도 절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저축보험은 대개 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10년 이상 유지 시 소득공제가 가능하며 이자소득세도 감면되기 때문에 실질 이자율이 높다. 다만 10년 이상 유지하지 않고 해약하면 은행 이자에 준하는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고 소득공제를 받았던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 또 7년 이내에 해약하면 해약금이 납부한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따라서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여유 자금으로 납부해야 중도 해약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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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