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 릴레이 인터뷰 9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소프트웨어 유통사다. 2011년 매출은 1350억 원으로 안랩(옛 안철수연구소)·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오토데스크·폴리콤(화상회의 솔루션 업체) 등의 제품을 공급받아 800여 개의 리셀러(소매)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에 2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외에 벤처 투자사인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가 있다. 이승근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대표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서 10년 동안 벤처 투자를 집행하면서 한국 벤처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소프트웨어 한류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승근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대표
일본 소프트뱅크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일본 소프트뱅크의 지주사인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Softbank Corp.)이 100% 출자해 소프트뱅크 코리아를 설립하고, 여기서 다시 100% 출자한 두 개의 회사(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를 두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는 1991년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했고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는 2000년 설립됐습니다.

소프트웨어 유통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겐 좀 생소합니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삼성전자가 유통을 직접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리셀러가 영업·판매를 하고 주문을 우리 회사에 하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직접 판매를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유통은 돈의 흐름입니다. 판매자들은 물건을 사고 바로 돈을 주지 않습니다. 30~6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같은 유통사들이 그 사이 제조사들이 자금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버퍼링(완충) 역할을 하는 겁니다.

경쟁사도 있습니까.

국내 유통 업체로는 다우데이타·인성디지탈·영우 등이 있습니다.

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합니까. 안랩의 경우 모든 제품을 유통하는 겁니까.

100% 패키지 제품만 판매합니다. 관제 업무 같은 서비스는 유통 경로가 다릅니다. 그런데 안랩의 연매출이 이제 1000억 원 수준인데, 한국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인 안랩의 규모가 이 정도인 것은 저작권 이슈와 맞물려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습니까.

투자 쪽(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 있을 때 넥슨에 투자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런 게임과 달리 패키지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은 안랩이 국내에서 가장 크지만, 안랩의 매출 중 관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빼고 소프트웨어만 보면 척박한 현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70조 원, 어도비는 4조 원, 오토데스크는 3조 원 규모입니다. 국내에서 안랩과 같은 업종의 시만텍도 본사 전체 매출이 7조 원입니다. 투자 쪽에 있을 때 보면 소프트웨어 기업은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시장이 너무 작고 투자 대상도 찾기 힘든데, 지금도 그런 편입니다. 한국에서 커머셜(상업적) 소프트웨어를 하기가 힘듭니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첫째는 인재, 둘째는 제도입니다. 케이팝(K-pop)의 성공 비결이 뭔가요. 엄청나게 좋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예 기획사 오디션 경쟁률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100만 명에서 1명을 뽑는다고 할 정돕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지망생들이 김정주 넥슨 회장, 안철수 안랩 의장처럼 성장할 토대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그러면 똑똑한 학생들이 의대·로스쿨에 가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계로 몰려들겠죠. 어머니들도 외국어고만 고집하지는 않겠죠. 그러려면 시장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류’와 비슷하군요.

실제로 IT에서도 ‘한류’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10년 전 그라비티를 인수해 일본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패치(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추가로 설치하는 프로그램)가 나온 뒤 일본에 서비스되기까지는 4~7일이 걸리는데, 유저들이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한국 서버에 접속합니다. 그걸 하려고 한국어까지 배울 정돕니다. 이 정도면 소프트웨어 ‘한류’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지금도 기업 시장에서는 불법 복제율이 40%입니다. 개인 시장은 아예 없고요. 기업들도 쓰고 있는 숫자만큼 다 갖춰야 하는데, 그중 일부만 사는 식으로 합니다. 공공기관조차 100% 다 구매하지 않습니다. 아마 절반만 구매할 겁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의 범위가 있기 때문이죠. 정부도 예산 배정을 더 해야 합니다. 무상 급식도 중요하지만, 그 무상 급식을 받은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되느냐도 내다봐야겠죠.
“소프트웨어 한류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승근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대표
인재 다음 두 번째로 꼽은 ‘제도’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의료 기술이 발달한 이유는 뛰어난 인재들이 의대에 몰렸기 때문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입니다.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으니 환자들이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게 되고 환자 수가 많아지니 임상 경험이 많아져 의사들의 수준이 올라가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수한 인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종사하려면 시장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까.

정부와 기업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을 주도록 해야겠지요.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닙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수출 규모는 3조 원입니다. 자동차의 순이익률을 10%라고 가정했을 때 30조 원어치를 판 것과 같은데, 쏘나타(2000만 원 기준) 150만 대를 판 셈입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진다면 한국의 수출에 훨씬 더 기여할 겁니다.

기업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인력이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변화의 과정에 있습니다. 올 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맡고 있는 이철환 사장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에서 사장이 됐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 후반 ‘스마트 & 소프트’를 얘기했었는데, 기업들도 이런 마인드가 있어야 애플과 맞붙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소프트웨어 현황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소프트웨어를 다 돈 주고 산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대신 자국의 소프트웨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벤처 창업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큰 기업에 속해 움직이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스타 벤처기업인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도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게임 업체 등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주춤했는데, 요즘 다시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한류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승근 소프트뱅크 커머스 코리아 대표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