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투자(CAPEX)와 기업 주가

기업과 주식 투자자들은 항상 이율배반적이다. 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고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원동력, 즉 기업의 이익 성장성뿐이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인 유상증자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율배반’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방식이다. 기업은 미래의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유상증자 시 보유 주식의 가치가 떨어져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항상 자체적인 현금을 통한 성장을 원한다. 즉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만들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자체 현금으로 미래 성장에 대해 투자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아예 타인자본(차입금)을 늘려 이익을 증가시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시장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많은 기업, 특히 이익 성장을 통한 내부 유보 현금이 많은 기업을 더 많이 선호한다. 이처럼 기업의 입장과 투자자의 처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생각해 볼 문제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자본 투자(CAPEX: Capital Expenditures)와 관련된 사항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해 볼까 한다.

기업과 산업은 과잉생산과 공급 부족의 순환 곡선, 즉 경기 사이클을 만든다.

기업은 공급이 부족할 때 가격을 인상해 초과이윤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미래의 수요를 위한 설비를 증설한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고정자산인 기계장치에 대한 감가상각비용 내용연수(유형고정자산의 효용이 지속되는 기간)를 4~8년 정도로 본다. 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철강 등 장치산업의 내용연수는 5년 이상으로 중·장기이며 정보기술(IT) 등 산업 사이클 변동성이 크다면 5년 이내로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5년을 평균치로 가정하고 경기 소순환 구조 2~3년을 반영한다면 기업들로서는 경기 사이클에서 2번 정도의 미래 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사이클은 5년에 훨씬 못 미친다.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은 3~6개월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사이클과 기업의 중·장기 설비 투자 사이클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즉 기업과 투자자가 전혀 다른 사이클에서 각각의 투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식 투자는 장기 투자가 왕도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장기 투자를 고수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즉 한국 기업들은 해외 변수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기업의 설비의 과다·과소 여부는 해외 수요 변화까지 반영해야 한다. 이 같은 사이클의 변화를 주식 투자들이 분석하고 답을 찾아내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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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와 투자자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다. 즉 주식 투자자에게 설비 투자가 마무리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설비 증설이 진행 중인 기업은 분명 규모가 커지는 기업이다. 그리고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는 기업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5년 이상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 그 기업의 이익 가시성은 낮아진다. 이 과정에서 해외 변수와 경쟁 업체들의 상대 변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노출될 수 있다. 또 설비가 증설되고 있는 와중에서는 제품 생산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적응 과정 중 생산 수율이 낮아지면서 비용화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사례의 대표 격이 아마도 태양광 산업일 것이다. 폴리실리콘 업체의 후발 주자였던 OCI는 과감한 설비 증설을 통한 세계 시장점유율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선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 전 2000억 원대 시가총액은 6조 원대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도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한 중·장기 투자자라면 태양광의 장기 성장 전망은 확실한 기회 요인일 것이다. 시장의 공급과잉·부족 등 산업 내 사이클의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과거 동양제철화학에서 OCI로의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 도전 과제였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는 기업과 다른 시계(horizon)를 가지고 있다.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기업의 전략에 따른 변동성의 위험 점검이 필요하다. 산업 내 경기변동 사이클에 따라 주가는 출렁일 수 있다. 한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기간이 평균 1년 이상을 넘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에 대한 위험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



가동률 낮은 산업에 ‘역발상 투자’도 가능해

필자는 이 같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설비 투자액÷매출액’ 지표를 추천한다. OCI는 2010년 매출액만큼 과감한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 OCI의 당시 설비투자액÷매출액 지표는 100%를 초과하고 있었다. 즉 매출액에서 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이 발생되지만 비용+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이 설비 증설에 투자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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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업체인 OCI의 대규모 투자로 시장에 제품이 과잉공급됐다. 과잉공급은 가격 인하로 이어졌고 회사의 수익성이 영향을 미쳤다. 결국 2011년 OCI의 주가는 고점 대비 73%나 하락(65만7000원→ 17만4500원)하면서 증권시장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07년에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태양광의 미래에 대한 중·장기 기대감만을 쳐다봤다. 물론 필자 역시 2011년의 설비투자율 즉 설비투자액÷매출액 지표를 간과해 어느 정도의 실패를 경험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업의 설비투자 기간은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과 다르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잉투자에 따른 산업 조정기에는 주식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하고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를 피해가기 위해 ‘설비투자액÷매출액’이라는 지표를 활용하기를 권한다. 설비투자가 확장되면서 매출액도 동시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이라면 이 지표는 결코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제품의 물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바꿔 생각해 보면 주식 투자자로서는 역발상의 시각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과도한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에 따른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산업과 업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설비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제품 가격이 반등을 보인다면 주식 투자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민후식의 투자 노트]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는 기업을 사라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