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주도권 확보 ‘포석’
지난 1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 방문,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중국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의 의미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곧 개시된다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한중 FTA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협상이 이제야 시작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중국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양국 간 협상은 벌써 시작됐어야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은 그 자체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이 되어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될 것이므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 중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상 FTA를 통해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철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FTA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까. 중국이 한국 제품에 적용하는 수입관세율은 평균 9.7%대로 높으며 관세율이 15~ 20%에 해당하는 품목도 적지 않다. 따라서 FTA 체결 시 관세 장벽의 철폐로 중국보다 한국이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비관세 장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보다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당연히 높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외국자본의 투자 진입 단계, 외자 진출 후 운영 단계, 투자 철수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장애와 제한이 존재한다. 관세장벽보다 이러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한국 측이 FTA 체결 시 기대되는 이익은 관세 장벽 철폐보다 비관세 장벽의 철폐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대만·홍콩·마카오 등 사실상 중화권 국가를 제외하면 중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중국보다 경제 선진국은 2008년에 체결한 뉴질랜드뿐이다. 따라서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FTA를 체결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중국 언론의 이 대통령 방중과 FTA 협상 개시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한중 FTA 체결로 한중 양국 간에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길 희망하는 논조가 역력하다. 한중 FTA 체결이 힘든 점을 설명하면서 ‘민감 영역’ 혹은 ‘민감 부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 측에서 보면 농업 분야를 의미한다.
궈지진룽바오(國際金融報)와 같은 일부 중국 언론은 한국의 농산물 개방과 관세 인하는 한국 농민의 거센 반대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민감 부분’이니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협상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 측의 태도는 의외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문이 농업 부문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상으로는 농업 부문에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중 FTA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이나 중국의 한반도 정책 관계자들은 한중 FTA가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해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국제적·정치적 지위를 공고하게 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 중국이 먼저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잘 살펴보면 한중 FTA에서 우리가 취할 자세가 무엇인지 분명해질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면서 중국에 정치적 명분을 부여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어야 한다.
최정식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변호사·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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