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지난 2월 6일 웅진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터라 윤석금 그룹 회장을 비롯한 극소수의 간부들만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매각 결정 소식이 전해진 이날, 웅진코웨이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순화동 사옥의 분위기는 찬물을 들이부은 듯 얼어붙었다. 증권가 등 금융권에서도 ‘상상외의 물건이 시장에 나왔다’는 반응이었다.웅진그룹은 1980년 웅진출판주식회사의 전신인 헤임인터내셔널로 출발했다. 지금의 웅진씽크빅이다. 시작은 출판 부문이었지만 30여 년이 지난 현재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단연 웅진코웨이다. 2010년 기준으로 1조6376억 원의 매출을 올려 그룹 내 매출 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이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상호저축은행과 극동건설 등의 인수 후 그룹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핵심 계열사 매각이라는 승부수는 뜻밖이라는 말에 윤 회장은 “다른 계열사를 내놓으면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나는 일단 태양광 사업의 미래를 믿는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태양광을 보고 대출해 주는 금융권은 없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룹이 어렵게 가면 앞으로 웅진코웨이한테 ‘(다른 계열사들이) 도와줘라, 도와줘라 할 것 아니냐. 나는 투명하지 않은 것을 싫어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다.” 태양광 등 미래 사업 위해 자금 마련
윤 회장은 애물단지가 된 건설 대신 알짜 기업을 팔려는 이유도 밝혔다.
“건설은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살 실체가 없고 지금 팔면 손해를 상당히 보지 않겠나. 극동건설이 자금 상황은 좀 그렇지만 지난해 1조7000억 원어치나 수주했고 분양도 잘되고 있다. 2~3년 갖고 있으면 제대로 팔 수 있는 물건이다.”
윤 회장은 “LG전자 등 관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관계없다”고도 했다. “1만8000명의 방문판매 관리원이 350만 명의 고객과 늘 대화하는 기업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판매 채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비데·연수기·공기청정기·매트리스에 이르기까지 내놓은 제품마다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해 왔다.
윤 회장 자신도 방문판매 역사에서 신화적 존재다.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사업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전 세계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가장 많이 판매한 사람이다. 이후 1980년 직원 7명과 함께 웅진출판을 세워 현재 계열사 15개에 자산 8조 원의 재계 순위 32위 그룹으로 키워냈다.
윤 회장은 2월 7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을 통해 “마음 한구석이 뚫린 것처럼 허전하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원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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