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향 후배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이야기인즉슨 현재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재계약하고 싶은데 집주인이 “주소를 잠깐 옮겼다가 오면 안 되겠느냐”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많아 세금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게 주인의 사정인데, 굳이 자신의 주소를 옮겨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소지를 옮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후배에게 몇 가지 가능성을 알려 줬다. 첫째, 임차인이 있고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임차 보증금을 공제하고 대출 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임차인의 주소를 일시적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을 수 있다. 둘째, 재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늘리더라도 이전 보증금을 계약금으로 하여 추가로 증액할 때 앞서 설정한 확정일자의 효력이 살아 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돌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후배의 전입신고 일자를 변경함으로써 임차인의 대항력을 제거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후배는 “입주할 때 전세권 등기를 했는데 그런 때에도 거주하지 않으면 임차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전세권이 등기돼 있다면 거주 여부는 크게 상관없다고 말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껴 후배에게 전입신고일보다 날짜가 빠른 저당권은 없는지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5000만 원 정도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 오피스텔의 시세를 확인한 뒤 후배에게 재계약하지 말고 당장 이사하라고 충고했다.
<YONHAP PHOTO-1479> 무서운 전셋값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난달 서울의 전셋값 변동폭이 올해 들어 두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요자가 선호하는 소형 아파트의 전세시세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해 향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소형 전세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린 전세 안내문. 2011.9.4
jieunlee@yna.co.kr/2011-09-04 17:00:4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무서운 전셋값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난달 서울의 전셋값 변동폭이 올해 들어 두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요자가 선호하는 소형 아파트의 전세시세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해 향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소형 전세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린 전세 안내문. 2011.9.4 jieunlee@yna.co.kr/2011-09-04 17:00:4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확정일자·전세권 설정이 만능 아니다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전입신고 제도와 확정일자 제도를 두고 있다. 임차인은 전입신고를 통해 임대인에 대한 대항력을 취득하고 확정일자를 통해 임차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취득한다.

그런데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부 세입자들 가운데에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거나 또는 해당 주택에 전세권을 설정해 두면 어떤 때에도 자신의 임차 보증금이 지켜지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거주지가 경매에 넘어갔는데도 대항력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배당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있다.

등기부에 기재된 권리의 순서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부동산등기법 제4조를 살펴보면, 같은 부동산에 관해 등기한 권리의 순위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등기한 순서에 따르고, 등기의 순서는 등기 기록 중 같은 구(區)에서 한 등기 상호간에는 순위 번호에 따르고, 다른 구에서 한 등기 상호간에는 접수 번호에 따른다고 적고 있다.

따라서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를 받고 거기에 더해 전세권을 설정하더라도 먼저 설정된 저당권이 있다면 임차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근)저당,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 개시 결정 등기 중 한 가지라도 전입신고일 이전에 설정되면 임차인의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시 전세권을 설정하더라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후배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가 5000만 원 이하에 낙찰되면 임차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일부만 회수하게 된다. 물론 소액 임차금에 해당돼 최우선변제를 받을 가능성은 남겨둔다.

권리의 순서와 관련해 참고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한 날짜와 저당권 설정일이 겹친다면 저당권이 우선된다. 이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부동산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통해 발생하는 임차인의 대항력은 다음날 0시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lifa@gg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