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제이제이에스미디어 대표


음악을 공유한다는 개념의 서비스들은 여러 곳에서 나왔다. 통신사들이 출시하기도 했고 음악 전문 사이트가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외 벤처 기업들 중에 음악을 공유하고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서비스들은 숱하게 있었다.

미로니(Mironi)는 이런 음악을 매개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디자인을 훨씬 세련되게 다듬었고 모든 기능을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알기 쉽고 쓰기 편하게 제작했다.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 기존의 SNS와도 연결되고 자신의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과도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음악으로 채팅하고 친구 만나요”
넥슨에서 만난 창업자들

미로니라는 음악 공유 SNS를 만든 회사는 제이제이에스미디어(JJS Media)다. 회사 이름이 한글로 적으면 좀 긴데, 창업자들의 이름 가운데 글자 영문 이니셜에서 따 왔기 때문이다. 이재석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02학번이고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박수레 이사는 같은 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왔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백진욱 이사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에서 병역 특례를 마쳤다.

다들 엘리트이지만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만남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넥슨이다. 이 대표와 백 이사는 2000년대 중반 넥슨에서 알게 됐다. 각각 1983년생, 1984년생인 이들은 나이가 비슷해 금방 친해졌다고 한다. 박 이사와 이 대표는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마주치던 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알게 되면서-지금까지 다른 스토리가 그랬던 것처럼-친분을 쌓다가 어느 날 의기투합해 창업한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먼저 움직였고 그 사람이 부지런히 다니며 다른 창업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언급해야 할 일이 있다.

미로니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회사와 인물이 있다. 윤종일 레블릭스 대표다. 지금 레블릭스는 엔써즈에 인수돼 윤 대표는 엔써즈에서 서비스 총괄을 맡고 있지만 그는 작년 레블릭스를 운영하던 시절에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음악을 공유하고 음악을 매개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미로니는 개발 중이었다. 그리고 당시 그것을 만들고 있던 이들이 윤종일 대표, 이재석 대표, 백진욱 이사, 박수레 이사였다.

어떻게 된 걸까. 시간을 당시 이재석·백진욱 두 사람이 넥슨에 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때 윤 대표도 넥슨에 있었다. 윤 대표와 이 대표는 대구과학고, 카이스트 동문이다. 이들은 넥슨에서 이런 고민을 같이 했다. ‘어떻게 하면 나와 잘 맞는 이성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들이 생각하기에 음악은 이성을 만나는 좋은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을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대화하기가 편해진다. 그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걸 핑계로 친해질 수도 있고 그 사람에게 접근할 구실을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음악으로 채팅하고 친구 만나요”
윤 대표는 미로니라는 서비스를 레블릭스 사람이 아닌 이재석·백진욱·박수레에게 맡겼다. 사실상 이들이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5월 아이폰 버전으로 먼저 서비스가 나왔다. 그런데 그때 의외의 변수가 생긴다.

레블릭스에 대한 인수·합병(M&A)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면서 레블릭스 차원에서 미로니를 챙기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창의성연구소라는 것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었다. 창의성을 진단하는 기준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기업이나 교육기관 등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레블릭스와 함께 미로니를 만들면서 이 서비스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미로니를 같이 만든 사람들에 대해 큰 자부심과 함께 이들과 같이 뭔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미로니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윤 대표에게 말했죠. 미로니의 모든 권한을 창의성연구소에서 가져가겠다고요.” 이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와 얘기한 끝에 미로니는 창의성연구소로 왔다. 하지만 그는 미로니를 전문 개발사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창의성연구소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미로니만 들고나왔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을 찾았다.

“박수레 이사는 제가 아는 한 카이스트 출신의 국내 최고 디자이너입니다. 이분을 설득하는 게 창업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박 이사는 창업 멤버 중 유일하게 기혼인 데다 딸이 하나 있었다. LG전자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던 그를 데려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삼성전자에 있었지만 합류를 먼저 결심한 백 이사와 함께 박 이사를 설득했다. “우리는 사실 이미 제품이 있었죠.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벤처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죠.” 박 이사의 설명이다.

법인 설립 직전인 2011년 11월 미로니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왔다. 미로니를 실행하면 주소록·트위터·페이스북 등으로 친구들과 연결할 수 있다. 내 친구들이 지금 무슨 음악을 듣는지 알 수 있고 음악을 같이 공유할 수도 있다. 음악을 통해 채팅도 하고 사람도 소개받는다. 소개팅에 나갔다가 들어와 상대방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확인하고 서로 친분을 쌓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의 스타트업] “음악으로 채팅하고 친구 만나요”
한국 시장은 좁다…해외로 나간다

페이스북 등 기존 SNS에서 음악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대표는 음악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좀 더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규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즉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끝없이 확장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광고를 포함해 수익 모델도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국내시장이 너무 작다는 점. 수익 모델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미로니가 기반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 시장이 국내에서 너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익 창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해 1억 원으로 불어났지만 이 정도의 초기 자본금으로는 어차피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수익 모델뿐만 아니라 사용자 기반을 넓혀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최적화된 광고도 보고 기업들은 이에 맞는 마케팅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시스템 통합(SI)은 안 하겠다고 하고 백 이사, 박 이사 두 분을 설득했습니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SNS 시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