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업체 출시 앞둬…1000억 시장 후끈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제약 업계는 추산했다. 해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1998년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선보인 후 지금까지 개발된 7개의 치료제가 모두 시판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절반이 넘는 4개 제품이 국산이다. 의약품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물 없이 녹여 먹는 얇은 필름 형태의 치료제가 등장하는 등 첨단 제형(의약품의 형태) 경쟁도 치열하다. 더구나 올해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오는 5월 비아그라의 물질특허(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20여 곳이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네릭의 가격은 기존 비아그라 대비 7분의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만2000~1만5000원(비아그라) 하는 제품을 단돈 2000~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
국내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7개다. 선두 그룹은 화이자의 비아그라, 한국릴리의 시알리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등 ‘3강’이다. 그 뒤가 바이엘코리아의 레비트라, SK케미칼의 엠빅스, JW중외제약의 제피드, 종근당의 야일라 등으로 ‘4약’이다.

선두는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비아그라로 연매출 400억 원 정도(시장점유율 40%)다.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상징성과 높은 발기 강직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이자 관계자는 “발기 강직도를 측정하는 혈류저항계수라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강직도를 입증한 것은 비아그라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연매출 300여 억 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릴리의 시알리스는 36시간에 달하는 발기 지속 시간이 자랑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36시간까지 약효가 지속된다는 것은 발기가 36시간 지속된다는 게 아니라 복용 후 36시간 내 성적 흥분을 느낄 정도의 자극만 있다면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인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연매출 약 200억 원으로 랭킹 3위다. 적용 시간이 한국인의 성생활 사이클에 가장 적합한 데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자이데나의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자이데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이라며 “지금까지 가짜 자이데나가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아그라·시알리스·자이데나 등 ‘3강’이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후발 주자인 SK케미칼의 엠빅스, JW중외제약의 제피드, 바이엘코리아의 레비트라 등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SK케미칼의 엠빅스 에스는 필름형 구강붕해(ODF) 제형이다. 지갑에 들어갈 정도로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가 쉽고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약물의 생체 흡수율을 나타내는 약물흡수율(AUC)도 기존 정제보다 16.7% 개선됐다. 한 장에 50 00원으로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JW중외제약의 제피드는 약효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면서도 안면 홍조, 두통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JW중외제약이 국내 14개 종합병원에서 208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 시험 결과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발기 효과가 최대 15분 만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바이엘코리의 레비트라ODT 역시 물 없이 입 안에서 10~15초 내 녹는다. 민트 맛을 첨가해 약에 대한 거부감을 확 줄였다. 입 안에서 수초 안에 녹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오는 5월 비아그라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물론 논쟁의 소지는 있다. 화이자 측은 “특허 만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비아그라의 주성분 실데나필의 물질특허는 5월 17일까지지만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라는 용도 특허는 2014년 5월까지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용도 특허의 유효성을 묻는 국내 제약사들의 소송이 특허심판원에서 진행 중이다. 만약 ‘유효하다’는 심결(審決)이 나오면 비아그라 제네릭은 세상에 빛을 볼 수 없다.

반면 제네릭 출시가 가능해지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비아그라 제네릭은 오리지널인 비아그라처럼 정제형뿐만 아니라 입 안에서 녹여 먹는 필름형, 씹어 먹는 츄정형, 물에 타 먹는 과립형 등 약의 형태가 다양해진다.



필름형·츄정형 등 다양한 제형 선보여

필름형은 휴온스·진양제약·동국제약·제일약품·근화제약 등 5개사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오는 5월부터 발매한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씹어 먹는 츄정형을 개발하고 있고 과립형과 정제형도 20여 개 업체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값이 저렴해진다는 것도 시장 규모를 키울 전망이다. 제네릭 약값은 2000 ~3000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아그라 제네릭 발매를 앞두고 있는 한미약품 관계자는 “가격이 뚝 떨어지는 데다 제형도 복용이 편리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값이 저렴해지면서 처방약 시장의 3배를 차지하는 가짜 약(음성) 시장 소비자 중 일부가 제네릭 시장으로 옮겨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하더라도 업체 간 급격한 판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관계자는 “비아그라가 나온 지 13년 동안 경쟁 브랜드가 생겨나고 다양한 제형이 나왔지만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며 “‘발기부전 치료제’하면 비아그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지난 7년간 자이데나를 복용한 환자들은 자이데나의 강력한 효과와 뛰어난 안전성을 믿고 있다”며“동아제약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과 제네릭 업체들이 강력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제네릭 비아그라를 체험한 소비자들이 효과 면에서 만족도를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