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잇단 경제 위기도 원인


은행예금이 급격히 감소 중이다. 2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우리·KB국민·신한·하나·IBK기업은행) 시중은행의 총수신은 지난해 말 779조995억 원에서 지난 1월 말 769조5415억 원으로 9조5580억 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총수신이 1조9000억 원 줄어든 데 이어 두 달째 감소한 것. 은행 수신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에 이어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기간의 정기예금은 5조9182억 원이나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년 미만 정기예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1년 초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 투자 기간 1년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26%에서 11월 말 24%로 2%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재테크 상품은 크게 예금·주식·부동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정 기간 돈을 묻어두면 확실한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재테크 상품의 대표 격이다.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면 그 돈은 분명 어딘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돈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은 듯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2011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고작 0.3% 올랐을 뿐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도 아니다. 최근의 주가 상승 원인은 국내 자금이 아니라 외국계 자금이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1월 한 달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85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뭉텅 빠져나갔다.
[불패 재테크, 알파 투자]지금 왜 ‘알파 투자’인가
아파트 시가총액 상승률 연 3% 수준

예금은 줄고 부동산과 주식이 제자리걸음이라면 갈 곳 없는 돈들은 어디로 몰려드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알파(α) 상품’이다. 알파 상품은 쉽게 말해 ‘은행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물론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알파의 의미는 조금 더 복잡하다. 지금까지 상당수의 투자 상품은 이른바 베타(β) 중심의 상품이었다. 베타는 시장의 가격 변동에 대한 개별 증권의 가격 변동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쉽게 말해 베타가 크다는 것은 시장이 상승하면 더 상승한다는 의미다. 성장형 주식 펀드, 자문형 랩 등이 대표적인 베타 상품이다.

문제는 베타 중심의 상품은 시장이 하락하면 더 하락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 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는 이 같은 베타 상품의 유용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점점 짧아져 가는 경제 주기와 예상하지 못한 위기 출현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베타 중심의 투자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수년간의 상승분을 단 며칠 만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증시의 테마주 등이 대표적이다.

원금 손실까지 발생하면 재테크에 치명적이다. 재테크에서 원금을 잃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원금 손실을 회복하려면 손실률을 웃도는 수익을 거둬야 한다. 예를 들어 2011년 코스피 수익률은 마이너스 11%다. 2012년에 2011년 초의 원금을 회복하려면 한 해에만 12.35%의 성과를 내야 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투자 철학 1원칙으로 ‘원금을 잃지 말라’고 강조하는 게 이 때문이다.

알파는 베타의 반대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경제학적으로는 알파란 ‘젠센의 알파’, 즉 시장 위험 조정 수익률을 뜻한다. 즉 투자 상품이 낼 수 있는 기대 수익률보다 실제 수익률이 얼마큼 더 많이 났는지 알려주는 지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최근 재테크의 경향은 베타의 크기보다 알파의 크기를 중시하는 데 더 무게가 기울고 있다. 즉 시장의 성과, 즉 은행 금리에 대비해 꾸준한 플러스알파 수익을 얻어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누린다는 전략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경제 환경은 전형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2012년 경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럽은 이미 ‘살아남기’에도 빡빡한 상황이고 미국과 중국도 불확실하다. 이란의 예에서 보듯이 중동 지역도 불안 불안하며 그나마 나은 한국 등 신흥 경제국들도 흔들리는 대어(大魚)들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그 누구도 돈줄을 죌 수 없다. 저금리의 원인이다.
[불패 재테크, 알파 투자]지금 왜 ‘알파 투자’인가
‘안전하게 조금만 더 먹자’

이 때문에 ‘안전하게 조금만 더 먹는’ 알파 상품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경향이다. 물가 상승분도 뛰어넘지 못하는 은행 금리에 대한 실망감과 지나치게 커진 기존 투자 상품의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펀드에는 절대 수익 추구형이 있다. 이 펀드는 ‘채권+알파형’과 ‘시장 중립형’ 등이 대표적이다. ‘채권+알파형’은 자산의 대부분(60~90%)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일정 부분만 추가 수익을 위해 공모주나 배당주에 투자한다. ‘시장 중립형’은 현·선물 간 차익 거래나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는 ‘롱숏 거래’로, 시장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수익을 쌓아간다.

최근에는 해외 헤지 펀드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나 해외 헤지 펀드 전략을 구사하는 공모 펀드를 편입하는 재간접 펀드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CTA (Commodity Trading Advisor:선물추종매매전략) 전략을 쓴다. 주가지수선물이나 채권·상품·외환 등 다양한 선물에 시스템을 통해 투자한다. 또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 펀드들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불패 재테크, 알파 투자]지금 왜 ‘알파 투자’인가
해외 채권형 펀드도 국내외 주식형보다 변동성이 낮고 국내 채권형을 웃도는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파생 상품을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도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좋은 대안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 증권사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자산 관리 상품도 일종의 알파 상품으로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주식·채권·펀드·실물 자산 등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으로 주식보다 안전하고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증권 ‘POP 골든에그 어카운트’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국내외 장기 채권과 절대 수익 추구 펀드 등 각종 상품을 결합해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한다. 이 상품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물가채와 국고채에 주로 투자하면서 주식 등 위험 자산 편입은 40% 이하로 제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세이프랩’도 안정 추구형 고객을 위한 상품이다. 3등급 이하 글로벌 채권과 ELS 등 중·저위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KDB대우증권이 내놓은 ‘골든에이지’는 은퇴자들을 위한 전문 금융 상품이다. 최대 10년의 투자 기간 매월 투자 원금의 0.5%를 지급하면서 연 3%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투자 만기 시 원금의 34%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물가 연동 국채, DLS, 혼합형 펀드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