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시장 순위…대결전 임박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1월 9일 광파리는 큰 실수를 했습니다. 당시 한국경제신문 IT 부장이었는데, 아이폰 기사를 아주 작게 처리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1면 머리기사로 써도 시원찮은 사안인데, IT면에 구겨 넣었습니다. 2단쯤 크기였습니다. 편집국장이 “너무 작지 않냐?”고 묻자 “이 정도면 됩니다”라고 답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광파리가 판단 실수를 한 계기는 LG전자 ‘초콜릿폰’이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터치 스마트폰을 내놓았는데 대단하지 않냐? 몇 사람한테 이렇게 물었더니 초콜릿폰 얘기를 하더군요. 터치스크린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LG가 초콜릿폰에서 이미 적용했다고…. 그 말을 듣고 그렇다면 작게 써도 되겠다고 판단했는데 기자로서 치명적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폰이 나온 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정도로 판이 확 바뀌었습니다. 시장조사 기업 IDC가 2월 1일 발표한 2011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만큼 변화가 심합니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랭킹과 점유율을 매긴 자료인데, 애플이 LG를 제치고 3위에 올랐고 ‘천하무적’ 노키아가 삼성에 덜미를 잡히기 일보 직전입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가 기다려지는 이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의 3위입니다. 애플은 박리다매(薄利多賣)가 아니라 후리소매(厚利小賣)를 추구합니다. 누구나 탐낼 만한 멋진 제품을 개발해 비싸게 판매하죠. 그런 애플이 판매 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오른 겁니다. 판매 대수 9320만 대. 올해는 1억 대를 가볍게 돌파할 테고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만 뚫으면 1억5000만 대도 넘볼 수 있겠죠.

노키아가 삼성에 ‘휴대전화 킹’의 자리를 내준다는 것은 아이폰 발매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금년 중 뒤집힐 것 같습니다. 작년 실적을 보면 노키아는 4억1710만 대, 7.9% 감소, 삼성은 3억2940만 대, 17.6% 증가. 아직 격차가 큽니다. 그러나 4분기만 놓고 보면 노키아 1억1350만 대, 삼성 9760만 대. 노키아는 하락세, 삼성은 상승세. 접근전이 시작됐습니다.

물론 판매 대수 1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IDC 수치는 피처폰과 스마트폰 판매 대수를 더한 것입니다. 피처폰을 팔아 큰돈 벌기는 어려운 터라 스마트폰 판매 대수와 점유율이 중요하고 몇 대 팔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한다면 현재 ‘휴대전화 킹’은 애플입니다.

LG의 추락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플한테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해 판매 대수 8810만 대. 24.5% 줄었습니다. 삼성의 4분기 판매 대수(9760만 대)보다 적다는 것은 LG로서는 굴욕일 겁니다.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가 열립니다. 콘퍼런스와 전시회를 결합한 ‘이동통신 올림픽’입니다. 광파리도 현지에 가서 취재할 예정입니다. 휴대전화 메이커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신제품을 대거 내놓을 겁니다. 삼성이 애플을 놀라게 할 만한 신제품을 내놓을지, LG가 ‘대박 폰’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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