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은행(IB) 업계에 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중국 기업의 국내외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위를 지켜 온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지난해 4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넘버원’ CICC가 왜 IPO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일까.

중국 금융시장 연구 기관인 차이나벤처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국내외 IPO 주간사 1위는 325억6700만 위안(주식 발행 대행 규모 기준)을 기록한 중신증권이 차지했다. 전년에 307억2400만 위안으로 4위를 기록했던 중신증권은 전반적인 IPO 시장 위축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2위는 핑안증권으로 5위에서 3계단 뛰어 올랐다. 3위는 전년에도 3위를 기록했던 궈신증권이 차지했다. 2010년 1위였던 CICC는 4위로 밀렸다.

IPO 주간사를 맡으면서 위탁 매매해 준 규모가 682억4400만 위안에서 179억5200만 위안으로 쪼그라든 때문이다. 한때 중국 IPO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곳이 우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IPO 주간사 숫자 기준으로는 각각 34개사와 30개사의 IPO를 맡은 핑안증권과 궈신증권이 1, 2위를 기록했다. 중신증권은 14개사로 5위, CICC는 10건으로 10위에 머물렀다.

CICC는 IPO 사업 부진은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11년 매출이 전년보다 41% 감소한 32억9000만 위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3300만 위안과 2억7000만 위안으로 각각 72%와 70.3% 급감했다.
[중국] 투자은행 업계 판도 변화 CICC 순위 ‘뚝’…시장 위축 ‘결정타’
1위서 4위로…매출도 전년보다 41% 급락

CICC의 실적 부진은 대규모 IPO가 줄어든 데다 IPO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CICC는 막강한 관시를 배경으로 중국의 간판 기업 IPO를 도맡아 했다. CICC는 2005년과 2006년 각각 세계 최대 IPO 기록을 갈아치웠던 건설은행과 공상은행은 물론 중국 1, 2위 석유 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시노펙을 비롯해 중국 최대 생보사인 중국인수보험의 IPO를 맡았었다.

그러나 상장한 중국 기업이 2010년 처음으로 2000개를 넘어서는 등 웬만한 대표 기업은 대부분 상장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대규모 IPO 기업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말 기준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총 2342개사에 달했다. 전체 시가총액의 80% 정도를 국영기업이 차지할 만큼 중국 상장사는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있다. 향후 중국 증시 상장은 대부분 민영기업을 앞세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돼 대형 국유 기업에 대한 상장을 발 빠르게 유치했던 CICC의 강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PO 시장 자체도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 IPO 시장(100% 중국 기업 상장)이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시장 규모는 크게 위축됐다. 차이나벤처에 따르면 2011년 386개 중국 기업이 국내외 증시에 상장해 4097억 위안을 조달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21.2%, 42.5% 줄어든 수준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