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였던 이랜드그룹이 미국 프로야구(MLB) LA다저스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국내외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과거에도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 메이저리그의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에인절스) 인수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2003년 당시 아쉽게 자본력 부족으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박 회장은 2011년 초 LA다저스가 매물로 나오자 지난해 동안 은밀히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 박 회장은 M&A 담당 임원을 미국에 2개월여 상주시켰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랜드는 LA다저스에서 10년간 투수 생활을 한 박찬호 선수와 다저스 구단주로 활동했던 피터 오말리와 접촉을 가지며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LA다저스의 인수 가격은 약 12억~15억 달러(약 1조3536억 원~1조6920억 원) 규모다. 업계에선 이랜드가 1500억~2000억 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고 오말리 컨소시엄이 다저스 인수에 성공하면 이랜드는 최대 주주로 10~15%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LA다저스 인수 성공할까? 경쟁률 10 대 1 넘어…자본력이 변수
치열한 인수전, 15억 달러 이상 치솟을 수도

박 회장은 현재 LA다저스 인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CBS 등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 기업인 이랜드가 결국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이유는 일단 LA다저스 인수전이 현재 매우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현지 시간) 입찰에 참여한 투자 그룹은 총 12개 이상이었다.

모두 쟁쟁한 인지도와 미국 내 막강한 사업력·자본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입찰 그룹 중에는 전 CNN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LA레이커스 스타 매직 존슨, 전 다저스 및 뉴욕양키스 감독 조 토레와 LA쇼핑센터 개발업자 릭 카루소, LA마라톤대회 창설자 빌 버크 등이 있다. 이 중 일부만이 매각 주간사 블랙스톤으로부터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매각 대금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현지에서는 인수에 성공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현재 매직 존슨을 간판으로 한 스탠 카스튼스 소유 그룹을 꼽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 때문이다. 카스튼스는 물론이고 매직 존슨은 억만장자 친구인 패트릭 순 쉬옹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있다. 빌 버크 또한 중국 투자은행의 자본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인수전은 15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랜드, LA다저스 인수 성공할까? 경쟁률 10 대 1 넘어…자본력이 변수
이랜드그룹 컨소시엄은 12억~15억 달러도 벅찬 상황이다. 이랜드는 지난해 매출 8조6900억 원, 영업이익 5500억 원의 실적을 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만으로 M&A를 하는 것은 무리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이랜드월드의 영업이익 등을 기반으로 한 현금 창출 능력은 1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이랜드그룹은 주로 회사채 발행과 세일&리스백(S&LB) 기법으로 M&A 인수 자금을 마련해 왔다.

이번 거물급 LA다저스 인수와 관련해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 월드가 보유한 이랜드 중국법인의 프리 IPO(주식 중 일부만 미리 상장) 방식을 통해 2~3조원을 조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최근 진행하던 쌍용건설의 인수 추진을 포기했다. LA다저스의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는 4월 1일 선정되고 4월 30일 매각이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