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티스트 마리킴


검고 진한 커다란 눈, 새하얀 얼굴, 도톰한 입술…. 팝 아티스트 마리킴의 작품 ‘아이돌(EYEDOLL)’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품 속 캐릭터는 무표정하기 짝이 없지만 보는 이의 감정이 투영돼 독특한 생명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자신을 닮은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그런가 하면 어떤 분들은 캐릭터가 저를 많이 닮았다고도 얘기하더라고요.”

지난해 아이돌 스타 ‘2ne1’의 미니 앨범 ‘헤이트 유(Hate You)’의 앨범 재킷 작업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마리킴 작가는 최근 대중이 가장 주목하는 팝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2ne1’과의 작업 외에도 가방 브랜드 ‘코치(COACH)’, 의류 브랜드 ‘올리브앤코’의 티셔츠, 머그컵, 푸마 운동화 작업 등에 이어 올해 화장품 브랜드 ‘페리페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된 것도 그녀의 작품과 캐릭터가 대중과 공명하는 ‘힘’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가 꿈”
“한국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가 꿈”
“제 캐릭터들은 롤플레잉을 해요. 때로는 아이돌이 되었다가 때로는 화장품 모델이 되기도 하죠. 사탕을 물고 있는 평범한 소녀일 때도 있고요. 사람들도 누구나 롤플레잉에 대한 판타지가 있잖아요.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판타지를 캐릭터들이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팝 아티스트라는 정체성답게 그녀의 작품 활동은 단지 독창적인 그래픽에 그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작업, 애니메이션 연출, 가요 피처링 등 전 방위적 문화 활동을 펼치는 마리킴이 애당초 그 재능을 먼저 인정받은 것은 미디어 아트 작품이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를 공부했어요. 작업들도 주로 미디어 아트를 많이 했고요.” 2006년 독일의 ‘픽토플라즈마 아트 페스티벌’에 초대받은 후 2007년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목구멍 속 금붕어’라는 작품으로 2007년 부산국제비디오 페스티벌과 프랑스 메인스브로페스티벌 등에 출품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중 예술이 가지는 힘

“10여 년간 호주에서 지냈어요. 대학 공부도 거기서 마쳤고요. 그 후 2007년에 귀국하면서 아무래도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디어 아트보다 그래픽 아트 등에 집중하게 됐죠.” 처음에는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에 작품을 올렸다. 독특한 작품들이 입소문이 나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후 많은 화랑의 초대를 받아 개인 전시회를 열었고 다수의 전시회를 통해 국내외 미술계에, 대중문화계에 ‘팝 아티스트 마리킴’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 마리킴 작가는 올해부터 모 명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및 외국 전시회 등을 통해 좀 더 본격적으로 해외 작업을 늘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문화 강국, 예술 강국이 되려면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작가가 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제 작품을 봤을 때 ‘마리킴이 우리나라 작가야’라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전진해야죠.”


약력: 1977년생. 호주 로열멜버른공대 멀티미디어 전공.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애니메이션 전공). 2006년 한국 작가 최초 독일 베를린 ‘픽토 플라즈마 아트 페스티벌’ 초대. 현재 청강문화산업대 만화 일러스트과 겸임교수 및 가톨릭대 강의. 저서 ‘EYEDOLL-마리킴의 기묘한 만화경’.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