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아

서태후와 건륭황제도 즐겼다는 훠궈는 명·청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훠궈의 맛은 ‘마라(麻辣)’인데 ‘마’는 얼얼한 느낌, ‘라’는 매운맛을 뜻한다. 훠궈는 일본식 샤부샤부와 먹는 방법이 비슷하지만 그 맛은 확연히 다르다. 샤부샤부는 맑은 국물을 사용하지만 훠궈는 진한 육수를 사용한다. 불이아의 육수는 백탕과 백탕에 각종 향신료, 재료를 넣고 끓인 홍탕을 사용한다. 백탕은 소뼈와 닭을 8 대 2의 비율로 섞어 정향·팔각·진피·백두구·회향·감초·초과·구기자 등 20여 종류의 향신료와 약재를 넣고 24시간 동안 고아 낸다.
[맛집]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전문점
홍탕은 백탕에 쓰촨고추·화자오·두반장, 그 밖의 소스와 식물성 기름, 유채기름을 넣고 4시간 이상 다시 끓인다. 입 안이 알싸하고 얼얼할 정도로 강하게 자극하는 매운맛이 특징인데 쓰촨 요리의 대표적 향신료인 화자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육수를 끓일 때는 불 조절에 따라 미묘하게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인 주방장이 그 맛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훠궈 정식은 쇠고기와 양고기, 각종 채소로 구성되고 쇠고기 정식, 양고기 정식, 해산물 정식도 준비된다. 얇게 썬 쇠고기, 얼린 두부와 각종 채소들을 홍탕에 익혀 먹다 보면 알싸하면서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매운맛이 슬슬 올라와 감각을 마비시키는데, 이때 부드러운 백탕으로 입 안을 살살 달래며 먹는 것이 훠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소스는 마장·간장·마늘, 세 종류가 있는데 고소한 땅콩 맛이 솔솔 나는 마장이 훠궈의 맛을 한층 돋운다. 양고기는 홍탕에 익히면 특유의 누린내가 흔적조차 없어지고 육질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보양식으로도 더할 수 없이 좋다. 해산물은 꽃게·전복·패주·새우·오징어·낙지 등이 푸짐하게 차려 나오는데 해산물이 살짝 익으면서 육수가 달큰하고 시원해지기 때문에 홍탕이나 백탕에 모두 어울린다. 고기·해산물·버섯·채소를 기호대로 자유롭게 익혀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면을 끓이면 푸짐한 면요리가 탄생된다. 중독성 강한 얼얼한 맛과 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쓰촨 요리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 매운 향신료에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함께 냄비에 젓가락을 담가도 좋을 사람들과 땀 흘리며 시끌벅적 자유로워서 좋은 곳, 바로 ‘불이아’다.
[맛집]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전문점
영업시간:11:00~23:00

메뉴:불이아 정식 1만8500원, 쇠고기·양고기 정식 1만8500원, 해물 정식 2만8000원

위치: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177-7

문의:(02) 2202-6689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