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하 매드스마트 대표


지금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은 뭘까. 얼마 전까지는 카카오톡이었고 카카오톡은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부문에서는 이 앱에 자리를 내줬다. ‘틱톡’이다.

틱톡의 성장세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400만 명이 이 앱을 다운로드했다. 그 덕에 출시된 지 5개월 만에 1000만 명이 다운받았다. 카카오톡이 1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걸렸던 시간은 1년이다.

틱톡은 카이스트 출신의 엔지니어 달랑 3명이 만든 앱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회사 이름은 매드스마트(MAD Smart). MAD는 다들 아는 그 뜻도 있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디벨로퍼(Mobile Application Developer)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말이기도 하다. 매드스마트를 창업하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창하 대표를 만났다.
폭풍 인기 ‘틱톡’ 앞세워 꿈을 이루다
꿈 없이 살아온 대학 시절

김창하 대표는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97학번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 꿈 없이 카이스트에 입학했다’고 한다.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한국전력에 입사하는 데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인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병역 특례를 하면서부터다. 그는 넥스콘월드라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로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일하다가 네오위즈로 옮겨 병역 특례를 마무리하게 된다. 여기서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를 알게 됐다. 병역 특례가 끝난 후에도 네오위즈에 계속 남았다.

인생관이 달라진 것은 병역 특례 시절 벤처기업에서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었다. 네오위즈 시절 알았던 사람들 중 그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 상당수가 장병규 사장이 새로 설립한 첫눈이라는 검색 기술 벤처기업으로 갔다. 그는 조금 뒤늦게 합류했는데 첫눈에 입사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이 회사가 NHN에 매각됐다. 그는 NHN 검색 팀으로 자연스럽게 가게 됐다.

그는 2006년 NHN에 입사해 검색팀에서 2년간 일한 뒤 2008년 검색팀장이 됐다. 그의 나이 만 스물아홉 때였다. NHN 내부에서도 그렇고 업계에서도 최연소 팀장이었다. 하지만 검색팀장이 되고 나서 1년이 조금 지나자 벌써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 뭔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0년 9월 장병규 본앤젤스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앤젤스 최초의 예비 창업자 과정(EIR)과 관련해서였다. “좀 지루했는데 잘 됐다 싶었습니다. 제가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을 시험해 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1기 캠프 때 그는 메신저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 카카오톡을 봤을 때 별로 잘 만든 메신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핵심이 문자를 전송하고 받는 시스템인데 여기에 너무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기술적인 측면의 이야기입니다. 엔지니어가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버를 제대로 개발해 속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볍게 가져가는 것 등 이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속도를 높이는 것에는 별로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았어요.”
폭풍 인기 ‘틱톡’ 앞세워 꿈을 이루다
기존 모바일 메신저의 문제를 발견하다

MAD 캠프에서 김 대표는 무전기 프로그램,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메뉴판 인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봤다. 다양한 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던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전화번호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즉 모바일 메신저였다. 스물여섯 살 카이스트 전산과 학생 2명과 함께 2011년 3월 매드스마트를 만들었다. 최대 주안점은 속도에 뒀다. “서버를 개발하면서 기존의 프로그램을 가져오지 않고 완전 백지 상태에서 만들었어요.”

NHN 검색팀에서 그가 배운 것은 지식 자체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문제를 그냥 알기만 해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단 그의 이런 문제 인식은 성공했다. 매드스마트는 틱톡을 출시할 때 같은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다른 메신저의 메시지 용량에 비해 10분의 1에서 20분의 1에 불과한 적은 데이터 용량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덕분에 2011년 7월에 출시된 틱톡은 불과 5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모을 수 있었다. 순전히 ‘빠르다’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탄 결과였다.

틱톡은 처음에 분명 빨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메신저들의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틱톡이 여전히 빠릅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 금방 쫓아오는 것을 보고 ‘역시 만만치 않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틱톡의 관건은 다른 모바일 메신저들과의 차별화다. 이미 3500만 명에 육박하는 사용자를 모은 카카오톡과 같은 시장에서 똑같은 사용자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매드스마트가 최근 구름 기능을 틱톡에 추가한 것은 그런 목적 때문이다. 구름은 자신과 관심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다가가고 또 자신을 자신의 생각대로 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즉 자신만의 공간을 틱톡 내에 따로 만드는 것이다. 이곳은 페이스북처럼 사용자의 일상을 올릴 수도 있고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전화번호 기반의 페이스북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음성인식, 동영상 공유, 위치 기능 등을 추가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내 구름을 통해 오늘 모임 장소를 공지할 수도 있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녹음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틱톡은 메신저가 아닌 소통과 공유의 플랫폼 분야에서 1등을 노리고 있다”며 “개인화 기능과 음성인식, 위치 기능 등을 더해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