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유 지키자’ 반발 확산


지난 1월 18일 위키피디아 영어 사이트가 폐쇄돼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세계 테크놀로지(IT) 흐름을 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위키피디아 사이트에 들어가 궁금한 것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한두 시간도 아니고 24시간이나 닫혀 있었습니다. 약간 과장해 표현하면 영어권 네티즌들한테는 네이버가 폐쇄됐을 때만큼이나 불편했을 겁니다.

위키피디아가 영어 사이트를 닫은 것은 ‘소파(SOPA)’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위키피디아뿐이 아니었죠. 구글·트위터·레딧·텀블러·모질라·크레이그리스트·보잉보잉 등 100개가 넘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소파 반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구글은 검색 홈페이지 로고(Google)를 검은 띠로 가렸죠. 페이스북도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소파’는 뭐고 ‘악타’는 뭐기에 떠들썩할까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네티즌들도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SOPA #PIPA 등의 해시태그(지정 검색어)를 붙여 반대 글을 올렸고 트위터 프로필 사진에 ‘소파 반대(ANTI SOPA)’란 글씨를 붙이기도 했죠.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도 적극 나섰습니다.

소파가 뭐기에 실리콘밸리 테크놀로지 기업들과 네티즌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을까요. 소파는 ‘온라인 저작권법(Stop Online Privacy Act)’입니다. 미국 하원이 추진 중인 법안이죠. 상원은 피파(PIPA: Protect Intellectual Pr operty Act)란 법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파나 피파는 1998년에 제정한 디지털저작권법(DMCA)을 한층 강화한 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소파와 피파를 제정하려는 데는 속셈이 있습니다. 영화나 음악 등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하고 유통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특히 해외 사이트가 타깃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작권이 있는 영상이나 음악을 함부로 퍼 날랐다가는 제소되거나 사이트를 차단당합니다.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게재된 사이트에 대해서는 검색 배제, 결제 서비스 중단 등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기업과 네티즌들이 법 제정 취지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 강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게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한 채 인터넷에 대한 검열만 강화해 인터넷 발전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할 것이라는 얘기죠. 결국 백악관도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의회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보류했습니다.

소파가 무산된 것은 아닙니다. 할리우드의 로비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일부 내용만 수정해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아직도 소파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악타(ACTA)’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악타는 온라인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안티 카운터피팅 어그리먼트(Anti-Counterfeiting Agreement)의 약자입니다.

악타는 2006년 G8 정상회담 때 일본이 제안했고 작년 10월 1일 도쿄에서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지지 국가는 유럽연합(EU)과 한국·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멕시코·모로코·싱가포르·스위스 등이죠. 이 악타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집단이 있습니다.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입니다. 이들은 악타를 ‘글로벌 소파’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펼치겠다고 합니다.

소파와 악타. 올해는 온라인 저작권 문제로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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