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 토크
한나라당이란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나라당의 최고 의결 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월 26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에 설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현존 정당 중 가장 오랫동안 이름을 유지해 온 정당이다.한나라당 비대위는 당명 개정을 의결하고 1월 26일부터 29일까지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당명을 공개 모집했다. 조동원 비대위 홍보기획본부장은 새 당명 선정 기준에 대해 “대표 정당으로서의 의연함과 개혁 의지의 직접적 표현, 2040세대의 감성적 공감대와 정책 소통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당명까지 바꾸는 건 현재 한나라당의 이미지로는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분석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역사를 보면 이럴 때마다 정당 이름을 바꾸고 분당·재창당 등을 반복해 왔다.
‘지금의 이미지로 선거 치르기 어렵다’ 판단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을 마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차에 오르고 있다.
20111214 국회사진기자단.....](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8880.1.jpg)
국내 1, 2당을 차지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통합하며 출범한 민주자유당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신한국당으로 개명했다가 1997년 11월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은 더하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에 맞서 평화민주당을 세웠고 이후 이 당은 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을 거쳐 작년 12월부터 민주통합당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수많은 당명 변경과 재창당을 반복해 온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 정당들의 수명이 짧은 건 정당이 이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모임이 아니라 권력자나 권력을 잡기 위해 정치인들이 집산을 반복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100년 정당을 표방하고 꾸려진 열린우리당은 정권이 끝나가자 중도개혁통합신당(1개월)·대통합민주신당(6개월)·중도통합민주당(8개월) 등으로 분당과 재통합을 반복한 게 대표적이다.
![<YONHAP PHOTO-0980> 결연한 의지로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7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3명의 동반사퇴 표명 후 당사에서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1.12.7
srbaek@yna.co.kr/2011-12-07 1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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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나라당의 당명 개정이 바람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비대위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 상황이다. 당명 개정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이준석 비대위원은 “단순히 당명만 바꾼다는 건 아직도 쇄신보다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 증거”라며 “당명 개정과 재창당을 반복해 온 정당의 모습을 더 구태의연하게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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