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각 기업들의 신년 사업 계획에서 인도네시아 투자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투자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 부정부패 등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들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의 고비용 소송 구조와 그 대안으로 제기되는 중재절차에 대해 살펴보자.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2012년 사업 환경 보고서(Doing Business Repor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계약 집행 부문(Enforcing Contracts)에서 전체 평가 대상 183개국 중 156위를 차지했다. 소송비용(Cost of Claim)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6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변호사 선임 비용이 가장 커 전체 소송비용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 선임비용이 높은 것은 인도네시아 민사소송 절차의 비효율성에 기인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민사소송 사건을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소가(訴價)가 낮거나 논점이 단순한 소위 ‘쉬운’ 사건도 10회 정도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법원에 출석한 변호사들은 최소한 3~4시간을 자기 사건을 기다리느라 재판정 안팎에서 보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변호사들은 소가에 비해 높은 수임료를 고객에게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대안적 분쟁 해결 절차로서 저렴한 비용과 신속한 해결 등을 장점으로 하는 중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Thousands of people wait in line to buy the Samsung Galaxy S2 android phone in Jakarta July 23, 2011. Eka Anwar, head of marketing communications of PT Samsung Indonesia, said that 1200 units of the Samsung Galaxy S2 sold out on Saturday. The phones were sold at a discount of one million rupiah ($117) from the regular price of 5,499,000 rupiah ($645).   REUTERS/Beawiharta (INDONESIA - Tags: BUSINESS SCI TECH)/2011-07-23 21:18:54/
Thousands of people wait in line to buy the Samsung Galaxy S2 android phone in Jakarta July 23, 2011. Eka Anwar, head of marketing communications of PT Samsung Indonesia, said that 1200 units of the Samsung Galaxy S2 sold out on Saturday. The phones were sold at a discount of one million rupiah ($117) from the regular price of 5,499,000 rupiah ($645). REUTERS/Beawiharta (INDONESIA - Tags: BUSINESS SCI TECH)/2011-07-23 21:18:54/
인도네시아도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81년부터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해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중재판정은 외국에서 내려진 것과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내려진 것을 불문하고 뉴욕협약 및 국내 법률에 의거해 확정판결과 같은 구속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법원은 그간 몇 차례에 걸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재판정의 효력을 무시하는 판결을 내려 중재제도의 안정성에 의문을 야기하고 있다. 물론 뉴욕협약에서도 중재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법원의 일부 판결은 위와 같은 잣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중재합의 내지 중재판정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이먼제도에 설립된 카라 보다스(Karaha Bodas Company)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뻐르타미나(Pertamina) 등을 상대로 제네바에서 받은 중재판정에 대해 인도네시아 법원이 그 효력을 부정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고비용 소송 구조와 인도네시아 법원의 중재에 대한 예측 불가능한 태도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일부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송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는 중재합의를 여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재 조항을 작성할 때 표준 중재 조항 정도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측 파트너가 중재합의 내지 판정을 부정할 때를 대비해 기존 사례를 반영한 좀 더 자세한 중재 조항을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인도네시아 측 파트너가 국영회사인지 또는 민영회사인지, 계약의 성격 내지 계약 위반 시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의 수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상대방이 국영회사와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중재 조항 작성에 한층 더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


권용숙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