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지난해 제주도민들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생겼고요. ‘흑룡의 해’라는 2012년은 대도약의 해가 될 겁니다. 상상 속의 동물인 흑룡이 제주도에 실제로 있거든요. 제주시 용담동 바닷가 용머리 바위가 검은 빛이 도는 현무암 아닙니까.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죠. 허허.”
“제주 관광객 1천만 명 시대 문제없어요”
지난 1월 16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우근민(70)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표정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연초부터 휴일도 반납한 채 도정 현장을 도는 강행군으로 바쁜 일정을 쪼개 쓰고 있다. 우 지사는 관선 시절을 합해 제주지사만 5번째인 ‘행정의 달인’이다. 인터뷰 내내 실무자들도 모르는 수치를 줄줄이 꿰며 답변에 거침이 없었다.

최근 제주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무려 874만 명을 기록했다.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공항은 요즘 밀려드는 인파에 연일 북새통이다. 제주도는 올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을 기대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으로 제주의 브랜드 가치와 해외 인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계산이다. 제주도가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키우고 있는 제주포럼도 5월 말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선보인다.
“제주 관광객 1천만 명 시대 문제없어요”
지난해 도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도민들이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생겼지요. 연초 전체 도민이 합심해 구제역을 막아 냈어요. 제주도는 지하수 의존도가 절대적입니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땅에 묻어 지하수가 오염되면 치명적이죠. 청정의 섬이라는 이미지도 무너지고요. 그걸 막기 위해 추운 날씨에 칼바람을 맞으며 3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나섰어요.

제주 관광객이 크게 늘었는데요.

작년 4월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어요. 구제역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 받았거든요. 설에도 귀향을 자제하라고 할 정도였지요.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태도 해외 관광객들의 발을 묶었어요. 안되겠다 싶어 정말 열심히 뛰었죠. 제가 중국에 가서 바오젠그룹 1만1200명, 인피니투스 2300명 등 기업 인센티브 투어를 적극 유치했어요. 지난해 874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다녀갔어요. 그 가운데 외국인이 105만 명을 차지했지요. 제주도가 생긴 이후 최대 규모예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논란도 있었는데요.

도민들이 열정을 갖고 절실하게 노력해 얻은 성과입니다. 제주 인구는 대략 57만 명쯤 되지요. 그런데 1억 표 이상을 얻어야 당선권이었어요. 도민들이 뛰니까 국민들도 도와주고 해외 동포들도 힘을 모아준 거예요.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재외 동포 총회에 직접 참석해 지원을 요청하고 함께 홍보 활동도 했어요. 여러 가지 논란도 나왔지만 제주도를 알리려면 2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가장 좋은 것은 제주도에 왔거나 제주도를 아는 세계인들이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전화 투표를 해주는 거죠. 하지만 제주도는 아직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섬에 불과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었어요. 그런 제주를 세계인이 기억하고 찾아오게 하려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알리는 수밖에 없어요. 제주도민과 공무원 모두 치열하게 뛰었고 좋은 성과를 얻었죠.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선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2일 오전 제주아트센터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실시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2011.11.12.

khc@yna.co.kr/2011-11-12 05:08:10/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선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2일 오전 제주아트센터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실시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2011.11.12. khc@yna.co.kr/2011-11-12 05:08:10/
7대 자연경관 선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우선 제주도 차원에서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작했습니다. 해외 주요 거점과 직항 노선 개설, 항공사·여행사 공동 마케팅, 해외 홍보 사무소 추가 설치, 기업 인센티브 투어 유치 확대 등을 추진할 거예요. 정부와 후속 홍보 전략도 협의 중이죠.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가동해 해외 인지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리고 구체적인 관광 상품 홍보도 강화할 거예요. 올해 열리는 여수엑스포와 포뮬러원(F1) 경기,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등과 연계한 국내외 마케팅도 펼칠 예정이죠. 아름다운 제주 경관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예요. 송전철탑과 선로 지중화 사업도 그런 연장선에서 추진합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요즘 제주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이 많아요. 항공편이 없기 때문이죠. 관광객을 1000만 명 이상 실어 나르려면 접근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죠. 누구나 가고 싶을 때 제주에 갈 수 있어야 해요. 제주공항을 24시간 이용 체제로 바꾸기 위해 공항 주변 주민들의 협조를 계속 구하고 있어요. 해외 직항 노선도 최소 30개 이상 확보하고 정기 노선도 늘려나갈 겁니다. 제주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이 조속히 추진돼야죠. 새로운 뱃길도 조만간 열릴 겁니다. 한중일을 오가는 정기 신규 국제 카페리 운항과 세계 최초 위그선 운항이 가시화되고 있거든요.
“제주 관광객 1천만 명 시대 문제없어요”
신공항 건설의 방향은 어떻게 정하셨습니까.

신공항 건설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아요. 중앙정부는 제주공항의 포화 시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제주도가 발주한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2019년이면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오죠. 제주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이야기할 정도로 제주 지역의 발전 속도와 항공 수요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요. 이미 제주를 오가는 항공권 구매가 쉽지 않아요. 사실상 심리적으로는 포화 상태나 마찬가지죠. 무엇보다 공항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늦기 전에 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해요. 물론 기존 공항 확장이냐, 아니면 신공항 건설이냐는 정부에서 결정합니다. 제주의 환경 변화와 미래 발전 등을 충분히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협조 체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요.

제주 감귤 산업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겨울 제주 감귤이 최고가를 받고 있어요. 많은 농가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발견했고요. 감귤은 한 해 작황이 좋으면 다음해는 안 되는 해거리가 일반적이죠. 작황이 좋은 해에도 조수입(粗收入)이 5000억 원이 안돼요. 그런데 올겨울은 작황이 좋지 않은 해인데다 아직 전체 물량의 70%밖에 팔지 않은 상황인데도 벌써 조수입이 7000억 원을 돌파했어요. 제주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죠.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평년보다 당도가 올라간 덕분이죠. 제주 노지 감귤 당도는 보통 9브릭스예요.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기후가 좋아 10브릭스가 나와요. 당도 1브릭스 차이가 농가 수입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죠. 만약 감귤 당도가 11브릭스가 나오면 10브릭스보다 두 배 가격을 받을 수 있어요. 한 감귤 선별 공장에서는 11브릭스 감귤은 3.75kg당 5500원 이상에 1만4000톤을 팔아요. 반면 10브릭스짜리는 4000원에 4000톤밖에 팔지 못하죠. 맛있는 감귤을 생산해 내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거죠. 이런 수치는 실무 담당자들도 잘 모릅니다. 도지사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어깨너머로 알게 된 거죠.(웃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감귤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많은 농가들이 노지 감귤, 즉 ‘조생온주’만 심다 보니까 수확 철이면 홍수 출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어요. 한라봉 같은 만감류나 새로운 품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그 비율이 이제 16% 정도 됩니다. 만감류와 하우스에서 나오는 감귤이 1만 톤 정도 되는데, 거기서 2400억 원을 벌어들이죠. 반면 노지 조생온주 감귤은 40만 톤 생산하던 걸 50만 톤으로 늘려도 4500억 원밖에 안돼요. 앞으로 감귤 산업이 가야 할 길이 분명한 거죠.

제주포럼이 격년제에서 매년 개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제주포럼을 어떻게 키워나갈 계획입니까.

제주포럼은 2001년 제가 32대 제주지사를 할 때 탄생했습니다. 포럼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주를 찾은 각 분야의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됩니다. 하지만 2년에 1번씩 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만약 서울에서 이런 포럼을 한다면 사정이 다르죠. 서울은 예산도 넉넉하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2년마다 개최해도 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제주도에서 격년제로 하다 보면 불쏘시개가 다 타버려 항상 새로운 포럼을 처음부터 새로 여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작년부터 매년 열기로 하고 주제도 외교·안보 중심에서 경제·산업·문화 등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죠.

제주포럼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제주포럼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키울 겁니다. 작년 참석자들 중에는 오히려 다보스포럼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이제는 아시아의 시대,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여 있는 동북아의 시대 아닙니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보하이 포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보하이 포럼이 열리는 중국 하이난성보다 제주도가 모든 면에서 앞서죠.

제주 경제 영토 확장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무엇입니까.

한국은 수출 대국으로 가고 있는데, 제주는 수출 불모지나 다름없어요.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많지요. 2009년 2억5000만 달러 수준인 제주 수출 시장을 2014년까지 8억 달러 이상으로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제주의 경제 영토를 최대한 넓혀보자는 거죠. 2011년 말 기준으로 4억15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어요. 매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있지요. 그동안 수출진흥본부를 신설하고 한국무역협회 제주사무소와 기술보증기금 평가전담팀을 유치하는 등 수출 지원 조직을 갖췄어요. 올해는 일본 오사카 전시 판매장을 열고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수출 전진기지 구축에 나설 겁니다. 제주는 8000여 종의 동식물 자원과 청정 농수축산물 등 향토 자원이 풍부해요. 청정 헬스푸드, 프리미엄 제주맥주 등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수출 선도 기업도 육성하고 있어요.

스마트그리드·풍력발전·전기차 등 제주가 첨단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요.

앞으로 물과 바람이 석유와 다름없는 가치를 갖게 됩니다. 제주는 물과 바람에서 경쟁력이 있어요. 제주 지하수는 품질로 봤을 때 프랑스 에비앙보다 낫다고 해요. 바람도 경제성이 입증됐죠. 제주 해안의 평균 풍속은 경제성 기준인 초당 6m를 크게 웃돌아요. 제주 해상 풍력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전력기술과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시작했어요. 우선 4500억 원을 투입해 102메가와트 규모의 발전 시설을 갖춰 제주 전력 소비량의 9%를 대체하게 됩니다. 차세대 에너지 혁명이라고 하는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도 제주에서 활성화 단계에 있어요.
“제주 관광객 1천만 명 시대 문제없어요”
약력:1942년 제주 북제주 출생. 1971년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1973년 경희대 행정학 석사. 1974년 총무처장관 비서관. 1988년 총무처 인사국장, 기획관리실장. 1991년 제27, 28대 제주도지사. 1996년 남해화학 사장. 1997년 총무처 차관. 1998년 제32, 33대 제주도지사. 2010년 36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ksh1231@hankyung.com|정리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