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물가·수출 ‘3중고’…2분기 반전
최근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그 원인은 부동산·수출·물가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투자 부문인데, 그 선행지표랄 수 있는 부동산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부동산의 침체는 중국 은행들과 가계가 부실해지는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관련 연관 산업들에 대한 수요 감소와 투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면 건설·시멘트 등 건자재를 비롯해 철강·석유화학·가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중국의 수출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 재정 위기 등을 고려할 때 2012년 상반기 동안 해외 수요는 지속적인 위축 가능성이 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경기를 부양하고 긴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돼야 하지만 이 또한 2012년 중국 경제를 괴롭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먼저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당분간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빈부 격차의 상징이고 물가 불안, 나아가서는 중국 경기 경착륙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하지만 산업적으로는 중국 경기의 중심인 투자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의 부동산이며 철강·화학·건설 등 전 세계 산업재 경기 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것 또한 중국의 부동산이다. 그만큼 중국의 부동산 판매량과 가격 추이는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개발 기업인 완커(Vanke·万科) 월별 판매를 살펴보면 부동산 판매량의 증가 속도는 2008년 하반기 및 2010년 상반기에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두 시기 모두 정확히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기여서 부동산 개발 투자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선행성과 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 부동산 ‘규제’에서 ‘안정’으로
중국 정책 당국의 긴축 완화가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동산 거래 위축 추이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를 유지하되 주택 가격의 합리적인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규제만 강조하던 문구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분양가 할인 폭에 대한 제한을 발표하는 등의 조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긴축 완화 지속에 따른 시중 유동성 증가와 경기 회복,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2012년 2분기부터 거래량 기준으로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연간 가격은 2011년에 비해 10% 이내의 조정이 예상되지만 판매 실적은 2분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말쯤 되면 부동산 리스크는 점진적으로 소멸될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리스크는 중국의 수출 둔화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수출 둔화는 선진국 경기 흐름 약화에 따른 글로벌 총수요 부진에 기인한다. 소버린 리스크로 유로존 경기 둔화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중국 수출 둔화의 커다란 원인이다. 수출 둔화는 기업의 고용과 이익을 축소시켜 시간을 두고 소비와 설비 투자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 수출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수출은 올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첫째, 유럽 재정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국채 만기가 집중된 2~4월을 벗어나면서 점차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진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등 추가적인 양적 완화는 유럽 경기의 둔화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지난해 연말 계절적인 요인으로 늘어났던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올해 1분기에 다소 주춤할 수 있겠지만 2분기부터 다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 아시아 신흥국의 경기 회복도 중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높은 물가에 아시아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됐지만 올해 상반기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신흥국 경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중국 수출은 1분기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내 고용과 설비 투자를 늘려 내수 확대에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소비 부양 위한 재정 정책 가동되나
2011년 가장 골칫거리였던 물가 상승률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월 1일 ‘가격 제한령(한가령)’이 해제됨에 따라 연이은 식품 가격 인상이 나타났는데, 2012년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져 물가 상승률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세와 중국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증가 요인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 왔던 돼지고기 가격도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데, 돼지고기 가격의 3년 3개월 주기가 하락 사이클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즉, 돼지고기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돼지 사육량 증가, 돼지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 사이클의 기간이 대략 3년 3개월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2008년 상반기 정점 이후 이제 막 하락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하락과 물가 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중국 경제는 물가가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축 완화와 경기 부양책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이나 지급준비율 수준을 고려할 때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적인 수단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며 소비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 역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이야기한 3가지 경착륙 우려가 있지만 중국 정부는 경제 안정을 위해 세 가지의 방향에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지준율 인하와 대출 규모 확대 등 적극적인 긴축 완화다. 그다음은 세제 지원과 구매 지원 등 여러 방향의 실질소득 확대 방안을 통해 소비 확대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경기 부양을 해나갈 것이다.
셋째로는 중앙정부의 재정 흑자를 활용해 중서부에 성장센터를 육성해 성장 동력을 키우는 방안과 보장성 주택 건설 등 투자 확대를 도모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착륙 우려는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수단과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2012년 중국 경제는 8.5% 전후의 안정 성장이 예상되고 2분기 후반부터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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