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미국을 뒤흔든 교육 개혁의 최전선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코넬대를 졸업하고 볼티모어 빈민가 공립학교에 갓 부임한 스물한 살의 신참 교사 미셸 리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아이들과의 설전에 시달렸다. 한동안 스트레스로 아침마다 배가 아프거나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었다. 덧셈과 뺄셈을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밤잠을 설치며 마시멜로로 수업 자료를 준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 마시멜로의 달콤한 냄새에 끌린 호박벌 한 마리가 창문으로 날아들면서 교실 안은 온통 쑥대밭이 됐다. 날뛰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할 판이었다. 미셸 리는 수업지도안을 둘둘 말아 쥐고 호박벌을 내려친 다음 재빨리 입에 넣고 꿀꺽 삼켜버렸다.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이 젊은 한국 여자를 스승으로 다시 보게 됐다.

미국 공교육 개혁의 기수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셸 리 전 워싱턴 D.C. 교육감의 강단 있는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비 이터(Bee Eater)’라는 원제도 여기에서 따왔다. 37세에 교육감에 올라 온갖 정치적 편견과 변화를 싫어하는 교원 단체들의 저항을 뚫고 고강도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 그를 지탱한 것은 ‘학교와 교사가 달라지면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서라면 ‘벌도 삼킬 수 있는’ 인물이었다.

미셸 리 이전 워싱턴 교육계에는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거주 지역, 가족의 수입, 부모의 교육 정도와 같은 가정환경이 개인의 운명을 정확하게 판가름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학생들은 가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므로 학업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셸 리는 이런 시각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부실 학교를 통폐합하고 무능 교사를 해고했다.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고용계약 방식도 도입했다. 어른들의 밥그릇을 위해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도는 기득권을 위협해 교원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시사 주간지 ‘타임’이 미셸 리의 개혁을 표지 기사로 실었고 공영방송 PBS는 3년에 걸쳐 그에 관한 12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이 직면한 교육 문제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교훈을 얻어낼 수 있다.

리처드 위트마이어 지음┃ 임현경 옮김┃336쪽┃청림출판┃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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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 체험기

‘미국은 탐욕이 문제고, 유럽은 복지가 문제다.’

선진국 경제 위기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와 관련된 탐욕 때문에 사고가 났고 유럽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혜택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다 나라가 망가졌다는 얘기다.

미국 사람들은 1년에 2200시간을 일한다. 유럽은 1700~1900시간 정도 일하고 남는 시간은 쉰다. 6주 이상 휴가가 보통이어서 세상의 많은 오지 휴양소에 유럽 사람들이 넘치고 있다. 물론 미국 사람들도 휴가를 간다. 기간이 유럽보다 짧고 휴가 가기 전에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하는 차이가 있지만….

유럽 사람들의 삶이 미국보다 여유가 있는 건 나라가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에서는 퇴직하면 회사 다닐 때 임금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 미국은 40%가 안 된다. 독일에서 대학 등록금으로 100유로를 받겠다고 했다가 난리가 났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한 해 등록금은 4만 유로가 넘는다. 유럽은 공공 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개인 의료보험에 들어야 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유럽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차례 혁명과 정치적 격변을 치러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다.

문제는 돈이다.

복지 정책을 펴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유럽 사람들은 다른 어떤 곳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 평균적으로 한 해 번 돈의 48%가 세금으로 나가는데, 이는 미국의 4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도 유럽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불평하지 않는 것은 미국은 낸 돈보다 혜택이 작은 반면 유럽은 낸 돈 이상으로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는 복지에 대한 얘기다. 미국 출신 변호사가 유럽을 방문해 둘의 복지 수준을 비교하고 이 때문에 생긴 일상의 변화를 풀어 썼다. 저자는 유럽의 손을 들어줬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행복이란 측면에서 유럽을 더 나은 사회로 본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2 대 8 사회’라는 말이 유행했다. 20%에 속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 전체의 부를 독점하는 불평등한 사회가 됐다는 얘긴데, 15년이 지난 지금은 1% 대 99%의 세상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에 대한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미국식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건 지난 20년의 세월이 증명해 줬다. 복지에 관한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될 2012년에 유럽으로 한번 눈을 돌려 봤으면 한다.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토머스 게이건 지음┃한상연 옮김┃392쪽┃부키┃1만5000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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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지음┃279쪽┃올림┃1만5000원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은 브릭스(BRICs)를 비롯해 베트남·동남아·중동·동유럽 등 주요 이머징 마켓 8개 나라가 그 대상이다. ‘소비 빅뱅’이 시작된 중국은 바링허우·주링허우로 대표되는 20~30대 젊은층과 중산층, 신흥 부호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글로벌 재정 위기의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살아있다. 신흥시장이 그 진원지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김훈민 외 지음┃336쪽┃한빛비즈┃1만5000원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경제학자가 본 인문학 이야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연구원이 인문학과 경제학의 간극을 채워준다. 이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시간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의 함정이라는 경제 원리를 읽어낸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고 싶어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비극으로 치닫는다. 만약 그가 시간비일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권총 자살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분식회계라는 꼼수로 일어났다.



습관을 바꾸는 심리학
김정환 지음┃208쪽┃끌리는책┃1만2000원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대화하면서 입가를 만진다면 이야기의 내용에 자신이 없다는 증거이므로 대충 얼버무리거나 속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며 말한다면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다. 저자는 비즈니스에서 성공과 실패도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나쁜 습관을 찾아내 고치고 좋은 습관을 들여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316쪽┃은행나무┃1만4000원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의학과 일상의 부조리를 꼬집는 괴짜 의사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독일에서 195주 연속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이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아이들에게는 채소를 금지시켜야 한다. 채소를 금지시킴으로써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욕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코카콜라 금지’가 콜라에 대한 욕구를 증폭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골이와 모닝섹스의 실체 등 다양한 의학 관련 궁금증을 재치 있게 해결해 준다.
[Book]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