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
창업 시장에도 새해가 밝았다. 전문가들은 ‘과한 투자’보다 ‘안정성과 저가’를 화두로 내세운다. 아무래도 올해 건강보험이나 대중교통 등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 소비자물가 역시 따라 오를 것이고 씀씀이는 여전히 팍팍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 판단일 것이다. 이때 창업은 ‘불황엔 무조건 초저가’라거나 현재의 반짝 아이템을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실속형을 찾는 것이 성공 비결이 될 것이다. 업종이나 상권 입지에 매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창업이 제일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진짜 수익
‘꼬치 장인’의 김미정 사장은 주방장과 단 둘이 36㎡ 규모의 작은 꼬치구이 점포를 운영한다. 입지도 A급이 아닌 건물 2층이고 점포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단체 테이블이 하나 있다. 나머지는 4인 좌석의 작은 테이블 4개뿐이다. 이에 따라 저녁에는 앞의 바에까지 손님이 빼곡히 들어차 앉으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벽에는 사케 병과 일본 주점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소품이 들어차 있어 한눈에도 따뜻하고 편안한 일식 주점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가게가 자리 잡은 곳이 충무로에 한옥마을 앞이다 보니 평일 손님은 대다수가 인근의 직장인들이다. 바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주방에서 바로 구워 내는 꼬치나 참치회에 사케를 마신다. 학생들 위주의 장사가 아니라 가격대도 낮은 편이 아니고 실속 손님들이 많다. 주5일 근무제로 평일은 직장인, 주말엔 한옥마을이나 영화관에 놀러온 학생이나 관광객들이 손님이 된다. 입지는 특급이 아닐지라도 항상 가게에 있는 사장이 만드는 친근한 분위기는 작은 점포의 큰 장점이다.
매일매일 직접 장을 봐 주방장과 그날 나갈 음식 재료를 다 쓴다는 김 사장의 철칙은 신선한 가게 음식을 보장해 주는 보증수표다.
작은 점포를 창업할 때 장사해서 남는 건 ‘사장 인건비’라는 말이 아예 헛말은 아니다. 어지간한 점포 규모를 고집할 때 항상 후회가 되는 것은 인건비의 지출이다. 중간 정도의 점포는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항상 주방과 홀 등 몇 명을 쉽게 줄였다 늘릴 수 없는 고정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에게 인건비는 주방장의 급여뿐이다. 월매출에서 임차료와 식자재비, 주방장 봉급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나오니 계산이 복잡하지 않다. 이렇게 수입이 꽤 쏠쏠하니 김 사장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짜 실속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남들처럼 편한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창업하지 않고 스스로 인테리어와 점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8000만 원 정도로 가게의 시설과 인테리어를 모두 끝냈다. 점포 입지도 2층이라 보증금과 인테리어가 싼 편이다. 가게를 오픈하는데 총 1억 원 정도가 들었다. 수익률을 생각하면 투자 대비 수익은 웬만한 1층 가게못지않다는 것이 김 사장의 전언이다. 주변 사람들 평가에 귀가 얇아지고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 쓰다 커피숍 등 특정 업종에 몰리거나 투자금을 야금야금 늘려가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은 한 번쯤 이 가게에 들러 볼 일이다. 매일 장을 보고 오후 5시면 가게를 열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점포를 닫는 김 사장의 점포는 ‘남들 보는 것보다 알차고’ 김 사장 스스로에게 보람과 큰 꿈을 만들어 주는 일터이니까 말이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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