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임원 이름 ‘크리스털’에 새긴 이유는
해마다 이맘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세계 가전·정보통신(IT) 업체들의 각축장이다. CES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최신 기술로 무장해 경쟁력을 검증받게 된다. CES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자연스럽게 세계 IT 업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는 셈이다.

올해 CES의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연 한국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통해 글로벌 전자 산업의 공룡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10일 기자 간담회에 나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에도 이런 자신감이 묻어났다.

“예전에는 경쟁사를 벤치마킹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삼성의 부스에 카메라를 든 경쟁사 상품 개발 요원들로 가득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바뀌어서 하지 말라고 하기도 지칠 정도입니다.”

실제로 올해 CES의 톱스타는 삼성전자다. 과거 같으면 관람객들과 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을 일본의 소니나 파나소닉 부스는 한적한 편에 가깝다.
임원 이름 ‘크리스털’에 새긴 이유는
올해 CES의 리더는 삼성전자

최 부회장은 “지난해 판매 수량은 적었지만 휴대전화 매출에서는 노키아를 제치고 1등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는 스마트폰인 ‘갤럭시S2’의 판매 호조에 힘입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애플의 파상 공세와 기존 메이저 브랜드들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이제 성장은 삼성의 DNA가 됐다”며 “삼성전자 규모의 회사 중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회사는 없지만 우리는 이를 목표로 결코 멈추지 않겠다. 이렇게 가면 2015년 전에 IT 업계 최초로 매출 2000억 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의 이런 자신감은 휴대전화와 TV라는 대표 디바이스에서 각각 노키아와 소니라는 거함을 무너뜨린 데서 온다는 분석이다. 2006년까지 벤치마킹에만 급급했던 소니를 따라잡고 지난해엔 휴대전화 매출에서 드디어 노키아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최 부회장은 이날 숨어 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2007년 통신 총괄사장을 맡으며 임원들과 함께 “2010년에 1등을 하자”고 다짐했는데 모두 마음속으로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여겼던 것. 이에 최 부회장은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임원 전원의 이름을 크리스털에 새겼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매년 새 휴대전화 디자인을 550개나 만들어 내는 디자인 파워 하우스가 될 수 있었다.

최 부회장은 새로운 도전도 역설했다. “스마트 혁명의 초입인 지금은 5년 전 세운 경영계획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혁명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디자인에서부터 핵심 기술까지 투자와 노력을 통해 헤쳐 나갈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액은 25조~26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임원 이름 ‘크리스털’에 새긴 이유는
임원 이름 ‘크리스털’에 새긴 이유는
임원 이름 ‘크리스털’에 새긴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