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부터 단계별 ‘체크포인트’
“아무래도 점포 위치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 부천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던 K 씨가 영업 부진으로 창업 이후 1년여 만에 폐업하면서 후회스럽게 되뇌었던 말이다.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는 생각에 고심한 후 실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의 말을 듣고 선뜻 결정한다든지, 일명 ‘반짝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유행 업종을 선택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창업 역시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가맹 본사에 모든 것을 일임해 손해 보는 사례가 자주 있다. 화려한 사무실 등 외형만 번듯하고 식자재 공장이나 물류 창고 등을 갖추지 않은 가맹 본사라면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창업자 본인이 창업 관련 사이트,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업종마다 투자비·수익성·안정성·성장성이 다르고 각기 다른 창업자의 자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업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정도 정보가 쌓였다고 판단되면 발품을 팔아 생생한 정보를 파악, 최적의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에는 매장 운영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는 전문가나 소상공인진흥원 등 각 시·구청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창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양한 창업자와 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므로 혼자 수집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교육을 통해 심도 있는 창업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만 보던 창업 전문가를 직접 대할 수 있고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창업 컨설팅 업체를 방문해 사업 계획서를 바탕으로 한 무료 컨설팅을 받아 개인적으로 세웠던 사업 계획을 수정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당 야탑역 인근에서 165㎡(50평) 규모의 생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용역(56) 씨의 성공 비결은 1년 동안 발품을 팔면서 얻은 정보를 분석해 창업에 도전한 것이다. 맥주 전문점 60여 곳을 방문해 매출 데이터를 모으고 입지를 선택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 안에 가 보지 않은 상권이 없을 정도였다. 이 씨는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60여 곳 이상의 매장을 직접 방문해 시간대별 매출, 주변 상권의 상황, 서비스 질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현재 그의 매장은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250만 원, 비수기에도 하루 18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상권·입지 조사 요령
업종을 결정한 후에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아무리 상권이 좋더라도 업종과 어울리지 않는 자리가 있다. 업종의 타깃 고객층과 성격이 상권의 입지 조건과 잘 어울려야 한다. 무계획적으로 발품을 파는 것은 금물이다. 미리 자신의 자금 상황과 준비한 창업 아이템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업종과 어울리는 후보지를 3~4개 정도 선정해 각 후보지에서 자금대에 맞는 매물 정보를 수집하면서 후보별로 상권·입지를 조사하는 것이 좋다.
상권은 해당 점포의 시장 규모에 해당한다. 발품을 팔아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인구·가구·교통여건·재개발 등 상권의 성장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 창업 초보자는 경쟁이 덜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물론 상권이 좋은 곳이 매출도 높지만 그만큼 경비 지출이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초보자는 매출이 조금 적더라도 경쟁력을 가진 안정된 상권이 유리하다. 또한 아무리 목이 좋은 점포라고 하더라도 상가 용도, 도시계획 등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거나 권리금 회수가 어려운 점포는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눈에 얼마나 잘 띄는지(가시성), 얼마나 찾아가기 쉬운지(편의성), 유동인구가 많은지(유동성) 등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진 점포를 정하되 최종적으로 건축물대장, 도시계획확인원 등 각종 공부(公簿)를 통한 법적인 안전성 여부를 점검한 후 계약하면 된다.
2010년 4월 경기도 안산시 중앙동 GM빌딩 1층에서 122㎡(37평) 규모의 치킨 호프점(베리치킨 안산중앙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성열(49) 씨는 그간 3년 남짓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안산 중앙역의 유동인구 분석, 소비자들의 소비 현황, 고객 연령 및 성별 분석을 통해 치킨 전문점으로 재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유 씨는 “창업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상권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지 못하면 좋은 아이템을 확보하고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점포 구입 후 매장 오픈까지
점포를 구입했다면 이제 인테리어 공사와 인허가 과정, 종업원 채용에서부터 오픈 마케팅까지 실무적인 일이 남아 있다. 종업원은 점포의 얼굴이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종업원을 통해 점포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점포 매출 향상과 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종업원을 채용할 때에는 학력 및 업종 관련 경력, 자격증 유무, 외모 등을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심사숙고해 채용해야 한다.
인테리어 시공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동일한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규모가 큰 점포라면 가급적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해 맡기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중소형 점포는 창업자가 직접 시설을 감리하면 비용을 30%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단, 매장 실측, 도면 작업, 전기 배선, 조명 설치 등 각 공정에서 항목별로 거래처와 협의해 적당한 가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테리어 시공 시 전면 노출, 내부 인테리어, 조명 구성, 고객 동선에 따른 상품 진열 등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점포 전면을 연출할 때 고려할 점은 고객이 바깥에서 봤을 때 해당 점포의 성격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점포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한다든지, 눈에 띄는 개성 있고 큰 간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면 점포 성격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업 시작을 알리는 오픈 행사는 그 점포에 대한 첫 이미지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상권 내 고객들에게 가장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이므로 사업 성패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업종별로 편차는 있지만 오픈 마케팅 진행 시 드는 비용은 전단지 제작, 행사 도우미, 현수막 제작 및 구매시점광고(POP), 무료 시식 등을 포함해 적게는 수십만 원대부터 많게는 100만 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불황이 깊어진 최근에는 시끌벅적한 홍보보다 ‘실속형 마케팅’으로 바뀌는 추세다. 과감한 무료 시식권 배포는 물론 오픈 당일 방문 고객 무료 음식 제공, 오픈 반액 할인 이벤트, 오픈일 파격 할인 후 하루하루 가격을 정규 판매가까지 올리는 계단식 가격 전략에서 가두 시식회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정식 오픈 전 리허설 기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 업무가 손에 익지 않은 상태로 영업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서비스 실수가 일어나 오히려 고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픈 첫날은 직원들 간의 손발이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재고가 남더라도 판매량을 넉넉히 준비하고 근무자 수도 평상시의 1.5배가량 더 여유 있게 준비해야 서비스 실수를 막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창업 체크포인트
창업 전문가들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독립 점포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권한다. 창업에 앞서 실질적인 준비에 미흡할 수밖에 없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본사가 입지 선정에서부터 세무에 관련된 사항까지 모두 체크해 주고 돌봐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창업 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 정보공개서 반드시 확인 :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 사업자의 현황에서부터 임원진 이력 등 전반적인 사항을 알 수 있는 정보공개서는 일정한 양식에 따라 서면으로 요청하도록 되어 있고 양식은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http://franchise.ft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직영점 없는 가맹 본부는 피해야 : 직영점은 가맹점이 오픈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미리 알아내고 노하우를 축적하며 가맹점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나 직영점 없이 가맹점만으로 시작한다면 초기 가맹점이 본사의 시행착오를 껴안는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 가맹 점주로부터 살아 있는 정보를 얻어라 : 최근 오픈한 매장부터 오랜 기간 영업한 매장까지 주로 살펴봐야 한다. 최근에 생긴 가맹점으로부터는 창업 초기에 제대로 지원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오래된 가맹점으로부터는 혹시라도 영업 과정에서 본부의 횡포나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점포를 내놓으려는 가맹 점주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빨리 정리하려는 욕심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가맹 계약서 꼼꼼히 살펴라 : 계약 기간이 충분한지, 위약금 조항은 합리적인지, 상권 보장과 관련해 문구가 모호하지는 않은지, 재료 보급 등 물류 시스템에 대한 사항이 제대로 정비돼 있는지, 계약 해지의 사유가 합리적이고 재계약 조건을 받아들일만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맹사업법에 의한 국가 자격사인 가맹사업거래 상담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bizincuba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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