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녹십자생명과 동양생명이다. 녹십자생명은 현재 시장점유율 1%에 불과한 소형 생명보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바로 녹십자생명의 모회사가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0월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생명 지분 89.5%를 2283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HMC투자증권에 이어 보험사까지 거느리게 돼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 부문에 진출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 인수를 통해 장기적 현금 흐름을 확보한 것은 물론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한다.
생명보험업은 최근 몇 년간 정체 상태였다. 생명보험의 가장 큰 축인 보장성 보험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사의 보장성 보험 부문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09년부터 2011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까지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의 또 다른 축인 저축성(일반·변액연금) 보험 및 퇴직연금 보험이 보험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장성 보험 부문의 가입률은 이미 포화 단계지만 고령화의 진전으로 연금 부문의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부문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2012년 생명보험 산업의 수입 보험료 증가율을 8.5% 수준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는 보장성 보험의 성장 전망치가 2.2%였던 반면 저축성 보험의 성장은 10%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는 그런 의미에서 폭발력이 있다.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때문이다. 물론 현재 현대차그룹 퇴직연금의 상당 부분을 HMC투자증권에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현재 최하위권인 녹십자생명의 시장점유율을 언제든지 훌쩍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동양생명 어디로 갈까
동양생명의 향방 역시 생명보험 업계의 큰 관심사다. 동양생명의 현재 최대 주주는 지분의 60%를 가지고 있는 ‘보고펀드’다. 보고펀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 투자전문 회사(PEF)다. 즉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새 주인에게 비싸게 판다’는 PEF의 명제를 생각해 본다면 동양생명은 분명 새 주인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1년 12월 말 보고펀드에서 여러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 설명서’를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대한생명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대한생명의 모그룹인 한화그룹은 공개적으로 동양생명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혔다. 대한생명은 삼성생명(자산 149조 원)의 뒤를 잇는 업계 2위의 생보사다. 그 뒤로는 교보생명이 자산 60조 원으로 대한생명을 뒤쫓으며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자산 13조5000억 원의 동양생명을 인수함으로써 교보생명과의 차이를 벌리고 1위 삼성생명을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미국 푸르덴셜, 캐나다 메뉴라이프, 이탈리아 제너럴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규모는 물론 일선 영업 조직의 충성도가 높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구조 역시 괜찮은 편이다. 따라서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보험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곳으로 거론된다.
농협보험도 ‘태풍의 눈’이다. 2011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와 신용사업(금융), 경제 사업(유통·판매) 등 총 3개 법인(1중앙회 2지주)으로 분리된다. 중앙회는 고유 업무인 조합과 농업인 교육, 지원 업무(지도 사업)를 담당하고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 경제 사업은 농협경제지주회사가, 은행과 보험 등의 업무는 농협금융지주회사가 맡게 된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공제(보험) 사업 부문은 NH생명과 NH손해보험을 출범시킨다. 이때 농협은행은 보험 대리점으로 등록한 것으로 간주해 농협보험의 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보험업법상 보험 대리점 등록이 불가능한 농협단위조합도 보험 대리점으로 인정된다.
농협보험이 전국 1100여 개 농협조합을 통해 영업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농협은 그동안 사망보험과 화재보험 위주의 상품을 판매했는데 자동차보험과 변액보험까지 팔고 방카슈랑스나 보험 대리점 등록 규제를 받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농협 공제사업 부문의 총자산은 작년 기준 27조8000억 원으로 생명보험 업계 4위 수준이고 손해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23조 원)보다 많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한 보험 업계 전문가는 “기존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수성 전략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외국계 톱’ ING가 지지부진한 사이 급부상 중인 메트라이프 또한 2012년 생명보험 업계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졸 남성 설계사’로 대변되는 메트라이프 특유의 ‘정통파 영업’이 제대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뉴욕생명을 인수한 에이스생명의 행보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ING생명 출신 인력들이 대규모로 뉴욕생명으로 이동하면서 뉴욕생명이 급성장했는데 에이스생명 출범 후 이들 인력 사이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의 상장 또한 업계는 물론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6월 국민연금 등이 포함된 사모 펀드를 통해 주당 1만4200원에 총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또 7월부터 상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기업 설명회(IR)를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상장하면 동양생명·삼성생명·대한생명에 이은 생보사 중 네 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손보, ‘빅5’ 체제 완성되나
손해보험 업계에선 그린손해보험과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매각 등이 이슈다. 하지만 손해보험 쪽은 뚜렷한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아 생명보험업 만큼의 화제성은 덜한 편이다. 이보다 손보 업계의 최근 수익 측면에서 메리츠화재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로 구성된 빅4가 빅5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손보 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들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 및 소비자단체들의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2011 회계연도(4?11월)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4.6%로 전년의 79.9%에 비해 5.3% 포인트나 낮아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다. 업계에서는 손해율이 70% 정도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손해율이 70% 초반대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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