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15초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TV 광고는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의 메시지를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유머·감동·영상미 등 다양한 기법이 총동원된다. 최근 광고 시장에서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영상과 간결한 메시지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다. 잘 만든 CF 한 편은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다. 광고 방영 빈도를 떠나 지난해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로 가장 많은 CF 광고 작품을 노출한 기업은 어디일까. 광 고포털 TV CF(www.tvcf.co.kr)가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 공중파에 방영된 TV 광고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은 총 103편의 CF를 선보여 다작 광고주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기존 ‘미소짓는 승무원’으로 대표되던 항공사의 광고 패턴을 깨고 취항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가 항공사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단순히 안전한 비행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해 준다는 적극적 개념으로 광고 캠페인을 기획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그리고 국내 안성 청보리밭, 경주 보문정 등 자연환경을 담아낸 대한항공의 광고는 히트는 물론 조 상무보는 이들 작품으로 각종 광고대상을 휩쓸기도 했다.
2위는 검색 포털 네이버로 지난해 총 66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지난해 상반기 네이버는 음악 검색과 일본어 비주얼 검색을 활용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앱을 중점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네이버앱의 웹툰, 빠른 길 찾기 검색, 한자 사전, 부동산 검색, 북스토어, 맛집 검색 등 일상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소개하고 있다.
톱스타 의존보다 유머·감동이 대세
3위는 지난해 총 61편의 광고를 내놓은 삼성전자다. 1, 2위인 대한항공과 NHN이 특별히 톱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광고였다면 삼성전자는 이승기·김연아·아이유·현빈 등 국내 CF계의 블루칩을 대거 등장시켰다. 최근엔 국내에서 ‘갤럭시탭8.9 LTE’ 광고를 내보내면서 지난해 10월 애플이 아이폰4S 광고에 등장시켰던 어린아이를 모델로 기용, 애플 광고와 비슷한 감성과 분위기를 연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4, 5위는 국내 양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KT로 각각 52편, 51편을 내놓아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SK텔레콤은 ‘가능성을 만나다’라는 캠페인으로 따뜻하고 포용적인 시선을 담아냈다. 첫걸음을 떼는 아기, 첫 면접을 앞둔 사회 초년생, 퇴직 후 작은 식당을 차리는 아저씨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휴대전화로 날씨와 교통 정보를 확인하고 티켓을 구매한 후 놀이동산에 가자고 아빠를 조르는 아들의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해 일상생활에서 이통 서비스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했다. KT는 4G 서비스의 빠른 속도와 관련해 ‘사탕 키스’, ‘커피 자판기’, ‘프린터’ 등을 통해 성격 급한 한국 사람의 모습을 다룬 광고로 공감 가는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동안 2G 서비스 가입자 잔존 문제 때문에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하지 못했던 KT의 조바심을 광고에 그대로 나타냈다는 해석도 있었다.
이 밖에 6위 현대자동차는 신모델에 대한 광고 외에 ‘버스 콘서트’, ‘희망드림 기프트카’ 캠페인을 통해 서민들의 모습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그려내 주목을 받았다. 7, 8위 MBC와 SBS는 방송국이 제작하거나 주최한 뮤지컬·콘서트·박람회 등의 광고를 다수 제작해 순위에 올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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