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통화정책 어디로

어느 국가나 지도자의 행보에는 메시지가 담긴다. 상대적으로 권위주의가 강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선 더욱 그렇다. 새해 들어 중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간 인물은 평민 총리로 불리는 원자바오(溫家寶)다. 원 총리가 1월 1일과 2일 후난성의 기업과 건설 현장, 농산물 시장 등을 둘러보면서 내놓은 발언을 통해 올해 중국 경제를 짚어본다.

원 총리는 “1분기가 비교적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새해 첫날 기업인들을 만난 이유”라고 말했다. “경기 하강 압력과 고물가가 병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때에 비해 해외 수요가 더욱 줄었고 기업의 비용이 종합적으로 상승했다”며 심각성을 인정했다. 최소 올 1분기까지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지적이다.
[중국]긴축·완화 ‘동거’…신중 행보 ‘예상’
경기 하강 압력과 고물가 병존

이 같은 어려움에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까. 원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새해 정책 방향으로 정하면서 공표한 ‘원중추진(穩中求進:안정 속에 전진)’이라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관심은 지난해 말 지급준비율 인하로 통화긴축을 종료한 중국이 통화정책을 어느 정도 완화할지 여부다. 공작기계 업체 대표의 자금난 해소 건의에 대한 원 총리의 답에 그 실마리가 있다. “자금 공급은 구조적 문제라며 전체적으로 많다 적다고 얘기할 수 없다. 업종과 기업을 심도 있게 분석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것이다. 긴축하는 곳도 있고 완화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춘제(春節:설)를 전후한 추가 지준율 인하설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일률적인 긴축 완화나 급격한 통화 확대를 상징하는 금리 인하 같은 조치는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 정부의 신중한 행보 배경엔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대외 환경 때문이 크다. 유럽의 국가 재정 위기가 갈수록 꼬이고 있는 데다 더블 딥(경기 반짝 상승 후 다시 침체) 우려가 여전한 미국에서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과 반덤핑 조치 같은 대중(對中) 공세가 강화될 조짐이다. 리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엔 선진국이 추가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권토중래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큰 폭으로 완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총리는 “내수 확대는 중점적으로 소비 수요가 대상이지만 투자 수요도 포함한다”며 “투자 수요는 구조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과 같은 과잉 생산 업종이나 일부 지방의 과도한 인프라 건설 투자는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철강에 대해서는 과잉 생산이 심각한 데다 생산 업체가 난립한 탓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철광석을 수입하면서도 철광석 가격에 대한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과단성 있는 인수·합병(M&A)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M&A 회오리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원 총리는 필요한 투자는 늘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문화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가을 당대회에서 문화 산업을 국가 지주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바 있다. 새해 첫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신년 다과회에 참석,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 발전의 길을 가야 한다며 문화 산업 육성을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