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관능적 향기를 노래하다
가끔 음악인들, 하다못해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진부한 단어들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을 즉각적으로 다른 형태로 표현해 낼 줄 알기 때문이다. ‘치코와 리타’는 바로 그런 질투와 동경을 한꺼번에 느끼게 한다. 좀 더 부연한다면 룸바·보사노바·차차차·재즈가 휘감기는 ‘치코와 리타’는 당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치코(리마라 메네세스 목소리 출연)는 클럽 무대에서 노래하는 아마추어 가수 리타(에마르 조 오나 목소리 출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즉각 사랑에 빠진다. 치코는 리타를 위해 곡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리타는 치코를 위해 춤을 추고 노래한다.
![[영화] 치코와 리타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254.1.jpg)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등장했던 나이 든 쿠바 재즈 거장들의 지난 삶을 낭만적으로 상상한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뮤지션 라이 쿠더와 감독 빔 벤더스에게 재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이브라힘 페레,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잘레스 등은 50여 년 동안 잊힌 채 쿠바의 허름한 거리에서 평범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치코와 리타’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음악을 담당한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다. 1950년대 쿠바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뮤지션 발데스는 1960년 돌연 스웨덴에서 은퇴했고 1994년에서야 뒤늦게 컴백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
감독 페르난도 투르에바와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는 베보 발데스의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60여 년 전 쿠바 클럽가를 들썩이게 했을 법한 가상의 음악가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손으로 그린 듯한 감각적인 그림체는 그 자체로 춤을 추듯 쿠바의 화려한 풍광을 묘사한다.
위스키보다 모히토를 마셔대며 삶의 환희를 즐기던 청춘들이 베보 발데스와 디지 길레스피, 냇 킹 콜과 찰리 파커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고스란히 부활한다. 노란 드레스를 입은 리타가 ‘베사메 무초’를 부르는 장면처럼 익숙한 음악이 이토록 신선하고 짜릿하게 재해석되는 예를 근래 본 적이 없다. 재즈 팬은 물론이고 ‘카사블랑카’나 ‘러브 어페어’ 같은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사랑했던 이라면 ‘치코와 리타’를 휘감는 열정적인 관능의 향기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원스 어게인
감독 닉 어그스트 페르나,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크리스 답킨스
출연 글렌 한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영화] 치코와 리타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255.1.jpg)
밍크코트
감독 신아가, 이상철
출연 황정민, 한송희, 김미향
![[영화] 치코와 리타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256.1.jpg)
초한지-천하대전
감독 리런강
출연 리밍, 류이페이, 펑사오펑, 장한위
![[영화] 치코와 리타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257.1.jpg)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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