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생계형’으로 시장 양극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해 말 들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니 ‘사표 내고 장사나 해야겠다’는 소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푸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창업 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아졌다는 내부 요인은 오히려 투정에 가깝다. 유럽 재정 위기와 선진 시장의 침체 등 글로벌 경제는 더 엄동설한이다. 전날 뉴욕 증시가 오늘 우리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현실에서 외부 경기 요인은 창업 시장에도 매서운 혹한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뒷짐만 진 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입지·업종·마케팅 등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많지만 기본은 역시 어떤 것을 팔 것인가, 즉 아이템 선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에는 어떤 창업 아이템들이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트렌드 키워드별로 대표 아이템을 찾아봤다.



● 고급화·대형화

올해 창업 시장의 트렌드를 가늠하는 키워드는 ‘양극화’다. 생계형 창업 증가와 함께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중산층 이상의 투자자가 대거 창업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 덕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증시 약세, 부동산 침체, 저금리 기조 등이 이어지면서 좀 더 고급스럽고, 관리가 쉬우며, 규모가 큰 아이템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생활수준 향상, 고급 외식 문화 확산으로 이탈리아 카페테리아 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전문점 브랜드인 ‘카페베네’가 론칭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대표적이다. 블랙스미스 서울 강남역점은 하루 평균 매출액이 1600만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맛과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면서도 경제적인 가격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계열 브랜드는 과학적인 경영과 높은 브랜드 지명도, 경쟁력 있는 투자를 요하는 블루칩 업종으로 꼽힌다. 자영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브랜드와 경쟁력 등의 조건을 갖춘 업종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헬스&뷰티 스토어인 CJ올리브영, 베이커리 카페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 웰빙 상품

웰빙(Well-being)은 어떤 업종, 어떤 상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메가트렌드다. 먹거리 부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일반 한식당에서 벗어나 친환경 재료 등으로 차별화한 한식당이 인기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원할머니보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건강 보양 감자탕 브랜드 ‘남다른감자탕’, ‘본죽&비빔밥’, 웰빙 쌀피자 전문 ‘뽕뜨락쌀피자’, 호텔 주방장 출신의 셰프가 론칭한 국수 전문점 ‘셰프의 국수전’, 떡카페 ‘예다손’과 ‘빚은’ 등이 유망 아이템으로 꼽힌다. 1억5000만 원 안팎의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유기농 전문점은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웰빙 아이템이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각종 유해 물질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실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에코미스트’, ‘에코레이디’, ‘반딧불이’, ‘닥스리빙클럽’ 같은 청소 대행, 실내 환경 관리업도 인기다. 초기에는 새집증후군, 침대 청소 등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도서관, 건물 공조기, 가정 생활환경, 공부방,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전문화되는 추세다.



● 퓨전 주점

비교적 불황을 덜 타고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업종은 역시 주점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 업소도 가장 많다. 주점 업종에도 고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세분화와 전문화가 눈에 띄게 늘 것이란 전망이다. 가격·메뉴·운영방식 등으로 차별화된 주점으로 크림 생맥주 전문점인 ‘플젠’, 프리미엄 치킨 카페 ‘매드후라이드치킨’, ‘이태원 천상’ 등이 주목을 끌고 있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 저가·할인 상품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의 여파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를 겨냥한 ‘착한 가격’의 저가 브랜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이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면서 올해도 큰 성장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도시락 아이템으로는 ‘한솥도시락’, ‘토마토도시락’, ‘오니야 오니기리’ 등이 있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저가와 할인을 내세운 매장도 점포 수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초저가 시장은 불황기의 반짝 인기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또 여러 브랜드가 한꺼번에 입점해 있는 편집 매장도 주목해 볼만하다. 단일 브랜드 매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인 저가·할인 매장으로는 1000원 숍으로 유명한 ‘다이소’가 있고 편집 매장은 신발 전문점인 ‘ABC마트’가 인기다.



● 싱글족 겨냥 브랜드

1인 가구나 미혼 가구주가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역시 떠오르는 창업 아이템이다. 우선 세탁소가 눈에 띈다. 기존 세탁소는 당연히 기술자 위주로 창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앙 집중형 세탁 공장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고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해 생계형 창업 아이템으로 적당하다. ‘크린토피아’가 대표적이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싱글족, 그중에서도 여성을 겨냥한 아이템도 주목해야 한다. 여성 전용 뷰티·헬스·미용업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업종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 원정을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꾸준한 인기만큼이나 경쟁도 치열한 곳이 바로 이 분야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가격 파괴, 토털 서비스 등 마케팅 경쟁도 치열한데, 차별화된 서비스로 여성 고객만 공략하는 특화 브랜드가 인기다. 여성은 외모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더 밝다. 고객 대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여성 전용 공간이 크게 어필하고 있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 ‘커브스코리아’ 등이 인기 아이템이다.



● 유아·아동 관련 비즈니스

교육 관련 사업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업종 중 하나다. ‘나는 굶어도 자식에게는 좋은 옷 입히고, 좋은 것 먹이겠다’는 유별난 자식 사랑 덕분이다. 유아 교육 관련 아이템인 ‘짐보리’가 꾸준한 수요로 인기를 얻고 있고 놀이와 교육을 결합한 유아·아동 도서 교육 전문점 ‘키즈킹콩’, 키즈 카페 ‘어린왕자’ 등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차나 식사가 가능한 키즈카페는 놀이방 서비스와 요식업이 복합된 형태다. 주거지역이 아니거나 1층에 입점하지 못한 점포도 크게 성황을 이룰 정도로 인기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2012 상반기 프랜차이즈 전망
커피·화장품 ‘맑음’…문구·제빵 ‘흐림’

물가 상승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올 상반기 프랜차이즈 산업의 호조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상반기 프랜차이즈 산업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기 전망이 103으로 집계돼 기준치(100)를 웃돌았지만 2011년 하반기 전망(109)보다는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커피(150), 화장품(150), 교육(118), 이·미용(116), 자동차 관련 서비스(114), PC방(110), 편의점(105)이 기준치를 넘어섰고, 문구·사무용품(77), 제빵·제과(79), 건강식품(89), 피자(91), 치킨(91), 주류(95), 외식(98)은 기준치에 못 미쳤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커피는 원두커피 애호가의 꾸준한 증가로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으며 화장품은 불경기에 따라 중저가 화장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용은 동네 미용실의 프랜차이즈 전환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문구·사무용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불경기에 따른 사무용품 납품 축소에 대한 우려로 전망치가 저조했고 제빵·제과, 건강식품, 피자, 치킨, 주류, 외식은 식재료 가격 상승 및 소비자들의 외식비·유흥비 지출 감소 예상으로 전망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랜차이즈 아이템은 커피(30.6%)를 가장 많이 꼽았고 노인 요양원(12.8%), 헬스(12.8%), 뷰티(11.7%), 어린이 서비스(8.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프랜차이즈 기업 경기 전망 지수는 가맹본부의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0~200 사이로 표시되며, 100을 넘으면 이번 반기 경기가 전반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애로 사항 실태
‘창업 자금’ 등 돈 문제 가장 힘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월, 2년 내 창업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 300명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애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창업 시 겪는 애로 사항으로는 창업 자금(24.7%)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어 가맹점 입지 선정 및 확보(23.3%), 경영 노하우 부족(15.7%), 업종 선택(11.7%), 인력 부족(9.7%)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소상공인 창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창업 자금 지원 제도’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창업 당시 이 제도를 알고 있었는지’ 물어본 결과 ‘몰랐다’는 응답이 39.3%에 달했고 ‘점포 개설 시 이 제도를 통해 창업 자금 일부를 마련했다’는 응답도 6.7%에 그쳤다.
[트렌드 성공 창업] 새롭게 뜨는 유망 아이템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도움말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이재영 김앤리컨설팅 대표·최철용 한국소자본창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