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시대, 금맥을 찾아라 ③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 기능화하고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며 지능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현한 ‘빅 데이터’의 도전은 기업들에 위기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가. 빅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선두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봄으로써 빅 데이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IDC 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증가할 데이터의 규모는 약 3만5000엑사바이트(EB:1EB=100경 바이트)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제조·소매·운송 업계는 종전보다 3000배나 증가한 전자태그(RFID)와 CCTV 및 센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당신이 알아야 할 정보는 이미 어딘가에 쌓여 있다
미국의 한 전자 제품 유통 회사는 이같이 엄청난 규모로 쌓이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알아야 할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39쪽 도표 참조). 그들은 고객과 기업이 접촉하고 있는 각 접점마다 발생되고 있는 정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고객 정보 중 80~90%는 이미 시스템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가 바로 고객이 회사에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인식했다. “고객이 우리에게 보여준 수많은 구매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고객의 행동 패턴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객의 실제 데이터 분석이었다.”
이 회사는 고객의 구매 행동에 따라 고객을 12개의 세분 군으로 분류하고 각 군별로 서로 다른 매체 선호도 및 광고 효과를 추정해 마케팅 자원 배분을 차별화했다.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과를 끌어올리는 마케팅 최적화를 이루게 됐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과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들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통해 혼란이 발생할 때 즉각적으로 최고의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시나리오 및 시뮬레이션을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유통 회사처럼 상황에 맞춰 어떤 행동(action)을 취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든다. 이를 통해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해 적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예측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기업마다 고유한 최적화 모델을 갖기 위한 기반이 된다. 또한 점점 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지능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빅 데이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비정형 데이터의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 부문 자동차 렌털 기업인 허츠(Hertz)는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고객 니즈를 파악한 회사다.
허츠는 세계 146개국, 8300지점으로부터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에 퍼져 있는 ‘VOC’를 자동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마케팅 및 세일즈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에 활용한다.
최근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전 세계 기업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가 소비자에게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나타났다. 이는 빠르게 진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중요성을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매장 또는 웹 사이트에서 구매 이력만 살펴보면 손쉽게 소비자를 파악할 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합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비교할 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와 가족의 구매 결정에 정보를 제공하고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존 마케팅 기법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무너지기 쉽고 유동적인 것이 현실이다.
허츠와 같은 오프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널, 특히 최근에 급격히 확산되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나타나는 VOC 및 소비자의 요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기업들이 빅 데이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커지는 소셜 미디어 영향력…기존 마케팅 기법 한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음료 가공 업체인 K사는 온라인 고객의 피드백을 분석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아냈다. 이 기업은 신제품 출시 후 판매율이 저조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 및 소셜 미디어상의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신상품을 어떻게 조리해 먹어야 할지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알아내고 곧 다양한 요리법과 함께 먹으면 좋을 제품들을 소개했고 이후 신상품의 판매 증가는 물론 연관 제품에 대한 판매도 활발해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것들이 있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시장조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때로는 적시성과 신뢰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을 수집하고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평판에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을 위한 솔루션을 찾게 됐다. 이후 온라인상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 체계 구축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에서의 폭발적인 데이터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고객의 접촉 채널이 오프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형태로 확장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의 데이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합적으로 관찰하고 적시 응대가 필요한 시점을 분석해 고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빅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적용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빅 데이터의 활용을 고민하면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영역의 핵심 질문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및 활용 기법들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윤정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그룹 BAO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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