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쇼크의 결정판 ‘2012년 문제’


2012년이 밝았다. 2011년의 절대 난관과 결별하고 밝은 미래를 타진하고 싶은 일본으로선 남다른 새해 개막이다. 현재로선 반신반의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낙관하기엔 풀어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다고 최악의 한 해였던 2011년의 반복 우려는 낮다. 기우에 가깝다. 현재로선 증세 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또 다른 신년 벽두의 논란거리는 재정 위기와 엔고 압박이다. 갈 길 바쁜 일본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 묵직하면서 지속적인 걸림돌이다. 내수 침체도 벌써 20년째 잃어버린 유동성을 찾아 미로를 헤맨다. 이들 악재는 사실상 진원지가 하나다. 인구문제다. 저출산·고령화다.

인구문제는 미래 이슈다. 불안·공포·충격적인 예측과 전망이 난무하지만 누구도 앞날을 확신할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미증유의 고령 대국이라고 하더라도 인구 쇼크의 클라이맥스엔 도달하지 않았다. 조만간 닥칠 파도다. 이런 점에서 2012년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결정적인 출발점이다. 인구 쇼크의 집성판인 ‘2012년 문제’ 때문이다. ‘2012년 문제’는 신년 벽두부터 일본 열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인구 쇼크의 위기·기회를 모두 아우른 대형 이슈다. 출발은 고령·숙련의 대량 퇴직에서 비롯되지만 그 연쇄 사슬의 파급효과는 재정·복지·성장에까지 다다른다.

‘2012년 문제’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우려가 줄거리다. ‘국력=인구’ 이후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다. 현역 청년은 줄고 부양 노인은 늘어나 재정 압박, 성장 둔화, 갈등 유발 등을 야기할 것이란 걱정이다. 굳이 2012년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인구 쇼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인돼서다. 전형적인 베이비부머(1947~1949년생)인 단카이(團塊)세대 제1진(1947년생)이 65세를 맞아 올해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퇴직하는 까닭에서다.

인구 추계(2009년)에 따르면 1947~1949년생은 664만4000명이다. 얼추 매년 220만 명이 태어난 셈이다. 현재 1세아 인구가 109만 명이니 거의 2배다. 광의의 베이비부머(1947~1951년생)까지 합하면 1063만4000명에 달한다. 그만큼 큰 덩어리(團塊)의 인구 밀집기다. 향후 3년간 이들이 65세를 넘기면 고령 인구는 가뿐히 3600만 명을 찍는다(2011년 11월 현재 65세 이상 2983만 명). 고령 인구 30% 시대다.



매년 220만 명 은퇴 러시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은 다양한 부문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우선 숙련 노동의 일거 퇴진이란 점에서 제조 현장에 타격을 안긴다. 일본의 파워 근원은 고도성장에서 확인되듯 제조 현장의 장인 정신이다. 저비용·고효율의 린(Lean) 생산 방식은 기술 축적과 숙련 인재 덕분에 구축됐다. 종신 고용과 맞물린 장인 정신은 특유의 ‘모노즈쿠리’ 기업 문화를 만들어 냈다. 장기간에 걸친 다기능공 육성 체제다.

비록 서구 가치적인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일본적 경영(생산) 방식이 변신을 요구받고 있지만 제조 현장의 숙련 파워만큼은 일본 기업의 핵심 요체다. 이들 주역이 ‘회사인간’으로 불리는 단카이 세대다. 2012년부터 1947년생(65세)의 은퇴가 시작되면 숙련 확보는 상당수 기업의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은퇴 러시에 맞물린 퇴직금 부담도 크다. 2007~2009년의 3년간 퇴직 일시금이 30조 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량 퇴직이 시작되는 올해부터는 훨씬 많은 자금 지출이 불가피해진다.

정부로서도 집중적인 대량 퇴직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문제다. 재정 핍박 탓이다. 2011년 연말 일본 정국을 냉각시킨 증세 논란도 실은 재정 압박을 덜려는 방책으로 거론됐다.
Elderly women wrapped themselves in blankets after evacuated a street after a powerful earthquake, in Tokoy Friday, March 11, 2011. A ferocious tsunami spawned by one of the largest earthquakes on record slammed Japan's eastern coasts Friday. (AP Photo/Kyodo News) MANDATORY CREDIT, NO LICENSING ALLOWED IN CHINA, HONG KONG, JAPAN, SOUTH KOREA AND FRANCE
Elderly women wrapped themselves in blankets after evacuated a street after a powerful earthquake, in Tokoy Friday, March 11, 2011. A ferocious tsunami spawned by one of the largest earthquakes on record slammed Japan's eastern coasts Friday. (AP Photo/Kyodo News) MANDATORY CREDIT, NO LICENSING ALLOWED IN CHINA, HONG KONG, JAPAN, SOUTH KOREA AND FRANCE
인구 쇼크는 기름을 끼얹는 악재다.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의 비례 증가 때문이다. 현역 3명이 노인 1명을 떠받치는 노인 부양 비율은 2050년 일대일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연금 붕괴 스토리다. 사회보장급부비 105조 엔 중 보험료(59조 엔)를 뺀 나머지는 국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량 퇴직 이후에는 매년 2조 엔 이상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한편 퇴직 가계의 개별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향후 3년에 664만 명이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잃는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노후 생활이 한층 열악해질 수 있다. 경쟁 격화와 경기 침체로 가계 부문의 소득 감소는 이미 일상적이다. 비용 절감 경영 덕분에 기업은 돈을 벌어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가계는 마른 수건까지 비틀어 짜내야 할 처지다. 가처분소득(실질)은 1997년 월 49만7000엔에서 2005년 44만 엔으로 감소한 후 2009년 40만 엔 초반까지 떨어졌다. 소득 감소를 둘러싼 상시적인 불안감이다.

소득이 줄어도 일만 하면 자금 벌충은 가능하다. 65세를 맞은 1947년생의 2012년 이후 고용 유지는 미지수다. 법적인 보호망을 올해부터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절반가량은 뒷방신세로의 퇴진이 예상된다. 일시적인 대량 퇴직은 아닐지언정 단카이 제3진인 1949년생이 67세가 되는 2016년까지는 누적 퇴직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2012년 문제’의 원류는 ‘2007년 문제’다. 인구 폭발이 발생한 1947년생의 60세 정년 시점이 2007년이란 점에서 일본 경제에 상당한 후속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표명이다. 당시 기업으로선 숙련 단절이, 정부로선 연금 부담이, 경제로선 활력 저하가 꽤 구체화됐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2007년 문제는 터지지 않았다. 일부 발생했지만 충격은 미미했다. 2006년 시행된 신(新)고령자고용안정법 덕분이다. 정부가 정년 시점을 60세에서 65세로 5년간 늘렸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5년이 흐른 2012년. 2007년 시점에서 5년을 늘린 65세까지의 정년 연장 효과는 이제 사라졌다. 1947년생은 올해부터 정년 연장(가령 70세), 폐지 기업에 다니지 않는 한 물러날 시점이 됐다. 5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법적 보호망은 사라졌다. 기업은 65세를 넘긴 근로자를 계속해 안고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2012년 문제’의 후폭풍이 큰 것이다. 정부도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미루면서 5년을 벌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어졌다. 문제는 ‘2012년 문제’가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본] 인구 쇼크의 결정판 단카이 세대 ‘뒷방행’…제조업 치명타
중소기업 괴롭히는 ‘2012년 문제’
사업 승계 압박 불구, ‘후계자가 없다!’

중소기업의 ‘2012년 문제’는 좀 다르다. 동일한 인구 쇼크가 진원지이지만 내용이 차별적이다. 중소기업의 ‘2012년 문제’는 사업 승계 딜레마로 요약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최대 고민은 사업 승계 여부다. 그런데 후계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가업 경영이 힘들어진 판에 후계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TV도쿄’는 이 문제가 2012년 거세게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특집 보도를 내보냈다. 대안 카드는 인수·합병(M&A)이다. 사명 존속, 고용 승계를 전제로 동종 업계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후속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요 증가다. 가령 후계자가 없어 고민 중이던 ‘닛케이인쇄’는 최근 M&A 카드로 사업 승계를 풀어냈다. ‘일본M&A센터’는 중소기업에 밝은 전문가들을 모아 M&A 육성 코스를 만들어 화제다. 올해 중소기업의 M&A 수요는 후계 승계의 인구 쇼크와 맞물려 급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