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리서치센터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직이 운영되는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의 ‘맨파워’다. 즉 ‘베스트 리서치센터 조사’가 펀드매니저들이 생각하는 리서치센터 전체의 시스템적 요소가 평가 순위를 좌우한다고 본다면 리서치센터가 얼마나 많은 상위권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느냐는 그 조직의 ‘맨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면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맨파워’ 면에서 가장 강한 리서치센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3개 부문에서 1위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무려 14개 부문에서 5위권 안에 드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는 것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뛰어난 맨파워…차세대 베스트 ‘예약’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장점은 이미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거친 경험이 있는 애널리스트가 많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이 스타플레이어다 보니 애널리스트의 ‘자율성·독립성’도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2000년대 초·중반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10여 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할 정도였다. 이번 조사에서 5위권 안에 든 애널리스트의 면모를 봐도 조수홍·이창목(리서치2센터장)·윤효진·채권(박종연 팀장)·박영주 애널리스트 등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이 같은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한 시기도 있었다. 즉 애널리스트의 자율성이 높다 보니 조직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지는 게 아니냐는 눈길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업계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 신성호 리서치 본부장을 필두로 송재학 리서치1센터장, 이창목 리서치2센터장의 ‘삼두체제’가 안착하고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의 맨파워가 재부각되면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조직 자체의 시너지가 더욱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번 조사에서 잘 감지된다. 즉 부문별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5위권 안에 든 애널리스트가 전 증권사 중 가장 많으며 ‘베스트 증권사’ 평가에서도 대우증권과의 차이를 좁히며 2위에 안착했다. ‘명가의 부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역시 ‘맨파워’라면 뒤지지 않는다. 두 리서치센터 모두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13개 부문에서 5위권 애널리스트를 탄생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가장 많은 부문에서 1위에 오른 리서치센터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장점은 아마도 ‘차돌처럼 단단한 안정감’일 것이다. 사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항상 ‘좋은 애널리스트가 많은 리서치센터’라는 인식 외에 각종 평가 등에서 ‘점프 업’할 수 있는 ‘어떤 확실한 색깔’을 가졌다는 평을 듣지는 못했다. ‘백운-조병문-이준재-최정욱’ 라인으로 평가되는 대(大)은행 애널리스트 중의 한 명인 이준재 애널리스트(현 리서치세터장) 말고는 눈에 띄는 스타 애널리스트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준재 애널리스트의 센터장 취임 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1등 노하우’를 애널리스트들에게 불어넣으면서 그간 내공을 ‘쌓아 두고 있던’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의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한 윤희도 애널리스트, 지주회사 부문에서 6회째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훈 애널리스트가 한국투자증권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리서치센터 전체의 경쟁력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이들의 애널리스트의 경력은 각각 12년, 17년이다.

실제로 5위권 안에 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보면 경력 20년의 양종인, 17년의 전민규, 14년의 이경주, 13년의 김정훈 애널리스트가 포함돼 있으며 우리투자증권 출신의 스타 애널리스트이자 경력 11년인 이승혁 애널리스트 등 중견 애널리스트들이 허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함께 6년 이하의 비교적 신예급에선 ‘토러스투자증권의 전략 부문 독수리 오형제’ 중 하나였던 박중제 애널리스트가 가세해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다.

13명의 5위권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01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리서치센터일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만 해도 항상 베스트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붙박이로 상위권에 들며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그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아 온 게 사실이었다. 당시 애널리스트 개인 보고서의 질은 훌륭하지만 조직 분위기가 수동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뛰어난 맨파워…차세대 베스트 ‘예약’
한국투자증권, 1등 가장 많아

신한금융투자의 변화는 2011년 초에 시작됐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후 증권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의 ‘브레인’인 리서치센터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회사 차원에서 리서치센터 전체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간 움츠려 있던 애널리스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또한 여기에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 양기인 애널리스트가 리서치센터를 맡은 뒤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활력 있는 리서치센터’로 변신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리서치센터다. 먼저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강점은 젊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출신 베스트 애널리스트 3인의 나이는 많아야 36세다. 또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상반기 반도체 부문 베스트에 올랐던 김영찬 애널리스트 역시 이제 36세다.

또 2위에 랭크된 애널리스트가 무려 5명으로, 전 증권사 중 가장 많다. 김영찬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소현철·배기달·송인찬·윤창용 애널리스트가 그들이다. 소현철 애널리스트는 30대 애널리스트가 대다수인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의 맏형답게 조직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다음 조사에서 꼭 지켜봐야 할 리서치센터는 현대증권이다. 현대증권은 최근 ‘내치’에 중심을 둬왔던 증권사다. 하지만 전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증권사답게 이제는 리서치센터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리서치센터 평가 5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부문별 애널리스트에서 5위권 내 11명을 포진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소리 없이 강한’ 키움증권이 9명의 5위권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키움증권은 베스트 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7위에 오르는 호성적을 냈다. 또 이미 ‘파워 하우스’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KTB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8명씩의 5위권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대신증권은 특히 4명의 2위 애널리스트를 내놔 언제든지 ‘최상위권’으로 점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이 각각 7명, 6명이 5위권 안에 드는 호성적을 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뛰어난 맨파워…차세대 베스트 ‘예약’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