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연대보증 제도에서는 10만 개가 창업한다면 5년 후 5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고품질 청년 창업이 선진국 진입의 유일한 대안이라는데 국가적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12년 최대의 화두는 아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활성화일 것이다. 이에 따라 창업선도대학, 창조캠퍼스 사업, YES 리더, 산학협력 교수 등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한 많은 정책들이 도입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연대보증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다면 이 모든 창업 지원 제도는 결국 ‘신용불량자 양산 제도’로 지탄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5년간 10만 개의 벤처 창업이 이뤄지면 5년간 예상되는 100만 명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 벤처는 평균 70억 원 매출에 20명을 고용하니 이 중 5만 개만 성공해도 100만 명의 일자리와 350조 원의 새로운 매출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벤처는 불과 15년 사이에 삼성전자의 1.5배에 달하는 매출을 이룩했고 3만 개 벤처 중 1조 원대 벤처가 6개, 1000억 원대 벤처가 350개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당분간 한국에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융자받을 때는 반드시 연대보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연대보증 제도에서는 10만 개가 창업한다면 5년 후 5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연대보증 제도의 효과에 비해 국가가 지불하는 기업가 정신 저하의 기회 손실이 벤처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100배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처럼 엔젤 투자가 활성화되면 이러한 연대보증의 문제가 사라지겠지만 한국에서 인수·합병(M&A) 시장 등 엔젤 투자 회수 시장의 활성화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M&A 회수 시장의 활성화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연대보증 제도의 개선이 창업 정책의 급한 화두가 될 것이다. M&A 활성화는 적어도 앞으로 5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창업을 자제해야 할까. 한시적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벤처기업과 연대보증의 덫
다만 아무리 국가 차원에서 필요해도 참여자의 이익이 저해되면 제도는 헛돌게 된다. 모든 금융회사에 연대보증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정책 대안일 수 있다. 우선 정책 기관인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국한해 추진해 보자. 무조건적인 연대보증 철폐가 아니라 총 보증 금액 중 연대보증으로 회수하는 비중보다 높은 보증료를 가산한다면 보증 기관 차원의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기술신용보증은 이 비율이 0.3% 수준이다. 즉 현재의 보증 수수료에 연대 보증을 서지 않으면 0.3%를 가산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어려우면 우선 청년 창업에 국한해 시행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감사원 등에 보증 면제에 대한 감사 면책이 주어져야 실무진의 적극적인 동참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 시대를 맞아 모처럼 고조되는 창업 열기를 살리기 위해 각계의 지혜를 모아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