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word 1 남성 소비 시장 확대

2011년 10월 일본 도쿄의 대표적 쇼핑가 유라쿠초(有樂町)에는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신개념 백화점이 오픈했다. 이른바 남성 용품만 판매하는 남성 전용 백화점이다. ‘한큐 멘즈 도쿄(HANKYU MEN’S TOKYO)’ 백화점은 기존의 일반 백화점을 개조해 9층 건물 전체에서 남성 패션뿐만 아니라 남성용 액세서리, 취미 생활 용품 등 다양한 남성 브랜드를 한곳에 모았다. 쇼핑 외에도 남성 고객을 위한 피부 관리, 스파, 손톱 관리 숍이 있고 남성의 취향을 100% 적용한 카페와 미용실도 있다.

일본에서 남성 전용관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03년 이세탄백화점이 별관을 남성관으로 개조했고 2008년 한큐백화점이 오사카 우메다 본점 별관에 남성 용품 전용관인 멘즈(MEN’S)관을 개설했다. 하지만 아예 남성 전용 백화점을 선보인 배경에는 일본 남성들의 쇼핑 파워가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남성들의 소비력이 최근 왕성해지고 있다. 패션과 외모 꾸미기뿐만 아니라 육아 용품까지 쇼핑을 즐기는 남성이 적지 않다. 젊은 20~30대뿐만 아니라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중년까지 합세하면서 시장에서 새로운 주력 소비자로 떠올랐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남성(m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맨슈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여성을 소비 시장의 퀸으로 모셨던 유통 업체들은 이제 맨슈머들을 위한 전용 매장을 만들어 남심(男心) 공략에 나섰다.

일본의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이 2011년 10월 서울 강남점에 남성 전문관을 개장했다. 이곳에는 남성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편집 매장도 들어서 패션과 함께 안경·책·음반까지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남성 전용관을 연 배경은 바로 남성 고객이 큰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07년 백화점 전체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3% 수준이었지만 2011년 약 30% 이상으로 늘어나며 매출 신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고객전용공간
남성전용스킨케어룸, 코디룸...
/허문찬기자   sweat@  20060919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고객전용공간 남성전용스킨케어룸, 코디룸... /허문찬기자 sweat@ 20060919
남성 화장품 시장 9000억 원으로 성장

남성 화장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8년 5000억 원이었던 것이 2011년 9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화장품 업계 또한 남성 전용 매장을 속속 만들면서 남성 고객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부 해외 브랜드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남성 화장품이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남성을 위한 제품 라인을 스킨·로션뿐만 아니라 에센스·선크림·비비크림·세안제품·마스크팩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클래스’까지 만들어 직장인·대학생·군인 등을 대상으로 화장법을 알려주고 있다.

남성들만을 위한 케어 서비스도 최근 많이 늘어났다. 국내 유명 호텔과 리조트에서 스파를 운영해 온 스파 전문기업이 오픈한 ‘오셀라스’를 비롯해 미국의 스파 브랜드 ‘스파에코’, 강남역 스파 & 에스테틱 센터 ‘스파 인 뉴욕’ 등에서 다양한 남성 전용 스킨·보디케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남성들의 피부 고민인 여드름 피부, 칙칙한 피부색, 담배·술로 인해 손상된 피부 회복 등을 돕는다. 더리버사이드호텔은 2011년 9월 국내 호텔 최초로 최대 규모의 남성 전용 스파 시설인 ‘더메디스파’를 오픈했다. 3966㎡(1200평) 규모로 지어진 남성 전용 스파 시설로 ‘치유’를 목적으로 케어한다.

한편 육아 용품까지도 맨슈머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1년 1월에서 10월 사이 육아 용품 구매 고객 중 남성 고객의 비율은 24.4%로 2008년 19.7%에 비해 4.7%가량 증가했다. 2008년보다 남성 구매객 수는 2만 명, 구매 금액은 150억 원가량이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0대 남성들이 주로 육아 용품 구매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이들은 육아 용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류 등에서도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