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식 종목 발굴법


개인 투자자들이 프로 투자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흔히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미지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라는 프로 투자자들에게 늘 당하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빼어난 프로페셔널 투자자였으면서도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다.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만일 그가 펀드를 운용했던 13년 동안 투자한 돈을 그대로 두었다면 원금의 27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심지어 린치는 미국 증시 역사상 단기간에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 규모도 세계에서 제일 커서 웬만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정도의 자산을 운용했다. 프로 중에서도 최고의 프로였던 린치가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종목 발견 아이디어다. 린치는 “보통 사람은 1년에 두세 번-때때로 그 이상-장래성 있는 주식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꼬꼬면을 선보였던 개그맨 이경규 씨(오른쪽)과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차장이 지난달26일 대량 생산을 시작한 꼬꼬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꼬꼬면을 선보였던 개그맨 이경규 씨(오른쪽)과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차장이 지난달26일 대량 생산을 시작한 꼬꼬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삼양식품·영원무역 등의 주가에서 배울 점

린치는 10루타 종목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10배 정도 가격이 오른 주식들을 의미한다. 린치의 10루타 종목 리스트에 올라 있는 종목들을 보면 던킨 도너츠, 라 퀸타 모텔, 의류 회사 GAP, 멕시칸 요리 프랜차이즈인 타코벨 등이다.

이런 종목들을 린치는 출근길에 커피를 마시면서,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세 딸들과 쇼핑을 하면서 발견했다. 딸들과 크리스마스에 쇼핑을 가는 것이 그의 중요한 종목 발굴 방법이었다. “딸들이 어떤 기업의 제품을 좋아해 그 기업의 매장을 찾는다는 것은 바로 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신호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린치식 종목 발굴법이 회자되는데, 그 이유는 삼양식품과 영원무역 등의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얼큰한 매운 라면이란 콘셉트로 라면 시장을 평정한 농심의 신라면이 흰 국물 라면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 야쿠르트의 꼬꼬면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이 라면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들이다. 세계에서 1인당 라면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라면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이다. 누구나가 직접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린치였다면 아마도 나가사끼 짬뽕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서 기업 분석에 들어갔을 것이다.

영원무역도 대표적인 생활 속의 발견이란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투자처였다. 중고생들 사이에 노스페이스 등산복은 겨울 교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고생 자녀들을 둔 부모라면 노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큰 노력 없이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 멀리 가면 외환위기 이후 대형 마트가 등장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신세계도 대표적인 생활 속의 발견에 해당되는 기업이었다. 남양유업도 마찬가지다. 2010년 12월 남양유업이 카제인 나트륨을 뺀 커피믹스인 ‘프렌치카페’를 출시하면서 프림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고 남양유업의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종목 발굴법이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인기를 끌다 금세 시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핑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서 종목을 찾는다는 아이디어는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유효한 투자 전략인 것만은 분명하다. 린치의 얘기처럼 많지는 않더라도 1년에 두 세 번은 장래성 있는 주식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 속의 발견을 적용할 때도 기본적인 기업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