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29인의 선택-2012 재테크 대전망
재테크는 돌려 말하면 ‘투자’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남는 돈, 즉 여유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없는 돈에 빚을 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수도 있지만 정석은 역시 가용한 자원을 투입해 차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경제 여건 탓에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주식과 부동산, 기타 금융 상품 등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에게 올 한 해의 재테크 전망과 분석을 의뢰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2년의 재테크 기상도는 대체로 ‘흐림’에 가깝다. 주식·부동산·펀드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2010년 4월 그리스의 구제금융 요청으로 본격화된 남유럽발 재정 위기는 글로벌 경기를 크게 위축시키며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남아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강국들도 위기 앞에서 떨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3.7%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각각 3.2%와 3.3%로 전망해 ‘저성장 고물가’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전망은 2011년 7월에 내놓았던 종전 전망치 4.6%에 비해 0.9%나 내려간 수치다. 2000년부터 시작해 지난 12년간 경제성장률이 4%대 밑으로 떨어진 예는 ‘카드 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2.8%)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8년(2.3%)·2009년(0.3%)의 세 번뿐이다.
민간 싱크탱크의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만이 4.0% 성장률로 유일하게 4% 이상 성장을 전망했고 대부분 기관의 전망이 3%대로 주저앉았다. 경제성장률 3%대로 주저앉을 것
올해 재테크 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위기 해소’ 여부다. 첫째는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을 통해 “유로 지역의 재정 위기 해결이 실패로 돌아가면 재정이 취약한 일부 국가의 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1년 말 유럽중앙은행(ECB)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로존 523개 은행에 3년 만기 1%의 초저금리로 4890억 유로를 쏟아 부었다. 737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다. 하지만 재정 통합을 둘러싼 각국의 이견 등 단기간 내에 유럽 위기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미국·중국 등 세계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의 침체 여부에 따라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의 성장세도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간 정책 공조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국 정부가 방어 차원에서 선택한 통화·환율 정책이 따로 놀면 국제 금융시장 역시 불안정해지긴 마찬가지다.
대외 변수 외에도 국내 경제 환경에 영향을 미칠 변수 또한 만만치 않다. 2012년 4월과 12월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이 대표적이다. 과거처럼 큰돈을 뿌리거나 표심을 자극할만한 대형 개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선거 결과가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11년 12월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중요 고비마다 발목을 잡아 왔던 ‘북한 리스크’를 다시 상기시켰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1750.60까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12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과거 북한 관련 리스크에 대한 학습 효과로 다음 날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북한 정권의 불안함은 장기적으로 투자 환경의 악재임이 분명하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취재=장진원·우종국·이홍표 기자 ? 사진= 한국경제신문
전문가 기고=남기일 포도재무설계 상담사·홍기호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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